김진애 <건축가.(주)서울포럼 대표>

개혁-계획-전략-전술.

이 시대에 종종 회자되는 말이다.

다 힘든 주제다.

혁명이라는 말이 회자되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랄까.

''개혁(reform)''은 누구나 원하지만 누구도 힘들게는 하고 싶어하지 않고,''계획(planning)''이란 누구나 세워야 한다고 말하지만 계획만 세운다고 실천이 되는 것이 아님은 또 누구나 알고 있다.

''전략(strategy)''은 누구나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제대로 된 전략은 커녕 전략을 세우는 목적조차 불분명해지기 십상이며,그런가하면 ''전술(tactics)''은 누구도 특별하게 거론하지 않지만 현장에서는 누구나 알게 모르게 구사한다.

문제는 필요할수록 하기는 어렵다는 아주 단순한 진리다.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첫째,''개혁''이란 반대 세력에 대한 실리적 설득력뿐만 아니라 찬성 세력에 대한 지속적인 설득력 역시 갖추지 않으면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

둘째,''계획''이란 일정 기간 일관된 실천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용두사미가 돼 부작용만 더할 뿐이다.

셋째,''전략''이란 핵심적인 맥을 짚어내고 우선 순위에 따라 힘줄 때 힘주고 힘뺄 때 힘빼는 강약 조절이 필요하니 목표에 대한 냉철한 현실감각이 필수적이다.

넷째,''전술''이란 잘하면 힘이 붙지만 잘못하면 중구난방이 될 위험이 큰 만큼 전술을 구사하는 주체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이 중에서 가장 쉬운 것은 아마도 ''계획''일 것이다.

사회를 계획만으로 운영할 수 있던 시절도 있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국토종합개발 계획''같은 것을 밀어붙여도 됐던 시절이다.

일사불란한 단순 목표가 가능했고,행위주체가 그리 많지도 않았으며,비판의 입에 재갈이 물려있고 아예 힘으로 눌려지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그 시절은 다시 오지 않는다.

그런 계획 우위에 향수를 느끼고 그 신화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 아직도 많지만 사회를 거꾸로 되돌릴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혁이란 과제가 긴요한 것이 이 시대의 딜레마일 뿐이다.

이 시대는 민주사회다.

주기적인 선거사회다.

더욱 이악스럽게 맞물려 돌아가는 세계경제,세계정치 시대다.

현명하고 싶어하면서도 영악한 차원에 머물러 있는 이기적 개인사회다.

매스미디어 덕분에 여론은 변덕스럽기 짝이 없게 한쪽으로 쏠리곤 하는 여론사회다.

이러한 복잡 사회에서는 복합목표가 있고,행위주체가 헤아릴 수 없이 많으며,비판의 목소리도 일관된 합창이 아니라 마치 ''바벨탑''의 언어처럼 다들 다르다.

일사불란한 계획 추진을 하기도 힘든 이 시대,화끈한 개혁을 하기도 힘든 우리 시대에 필요한 것은 ''전략과 전술이 살아있는 개혁과 계획''이 아닐까.

분명한 것은 어느 시대에나 개혁-계획-전략-전술은 전방위적으로 적절하게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관건은 ''어떤 묘수의 구사냐''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전략적인 개혁,개혁적인 계획,계획적인 전략,전략적인 전술''이 아닐까.

상대적으로 사회체제 시스템이 안정적인 선진사회에서조차 역시 개혁과 계획이 힘들다는 것은 마찬가지다.

다만,그들이 선진사회라 한다면,전략과 전술을 유능하게 구사해 실리적인 개혁과 실천적인 계획을 뿌리내린다는 점일 것이다.

개혁-계획-전략-전술은 분명 효용성이 다르다.

국가 운용의 원칙을 세우는 데는 개혁이 필요하다. 국가운영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에는 일관된 계획이 긴요하다.

그런가 하면 실현하기 위한 제도를 만들고 사업을 추진하는 데에는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실리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든 기업이든 행위 주체는 그 전략에 따른 전술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개혁-계획-전략-전술을 적절하게 구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물론 ''비전''일 것이다.

그러나 비전이란 찬반 논쟁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도 아니고 계시처럼 번득이는 것도 아닐 것이다.

현장의 실천이 퍼져가고 쌓이는 데에서 어느덧 명료해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비전 아닌가.

''전략과 전술이 살아있는 계획 역량,개혁 역량''이 우리 사회에 꾸준하게 쌓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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