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 S대 경영학과를 나와 대기업 기획실에서 근무하던 김한중(31)씨는 최근 사표를 던졌다.

몇년 전부터 별러왔던 미국 로스쿨(law school) 입학준비를 위해서였다.

경영학과 출신인 그가 미 경영학 석사(MBA) 대신 로스쿨을 택한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MBA는 샐러리맨이 연봉을 올려받는 수단에 불과한데 반해 로스쿨에서 공부한 뒤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받으면 전문가로서 정년없는 고소득을 보장받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일반 직장인과 대학생들 사이에서 김씨처럼 ''국제변호사''를 꿈꾸며 미국 로스쿨 진학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기존 MBA 취득 열기가 미 변호사 자격증 취득 쪽으로 옮겨붙는 추세다.

특히 앞으로 수년내 국내 법률시장이 개방되면 국제변호사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전망까지 가세,''로스쿨 드림''을 부추기고 있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로스쿨 입학 과정을 도와주는 학원들이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서울 종로와 강남 어학원 로스쿨 입학허가 시험(LSAT) 과정의 경우 최근 들어 수강생들이 줄을 잇고 있으며 로스쿨 진학 컨설팅 업체와 전문 인터넷 사이트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쿨과 제휴,인터넷 원격강의를 통해 국내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미 로스쿨 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업체까지 등장했다.

강남 L어학원의 신승호 연구부장은 "로스쿨 입학을 위한 필수시험인 LSAT 수강생이 지난해말에 비해 30% 가량 늘었다"며 "요즘엔 희소성이 떨어진 MBA 대신 로스쿨 붐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법무법인 외에 국제거래가 많은 대기업이나 외국기업을 중심으로 미국 변호사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점도 로스쿨 유학붐을 낳고 있는 또 다른 요소다.

대기업 법무실 관계자는 "외국인 변호사는 국내 비즈니스 환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데다 회사일을 알만하면 계약만료로 한국을 떠나곤 한다"며 "오히려 영어에 유창한 코리안 미국 변호사가 같이 일하기 편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 로스쿨 진학엔 신중을 기해야 할 측면도 없지 않다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단 법대 출신이나 변호사가 아닌 일반인이 정규 로스쿨 과정(3년)을 거쳐 각 주에서 실시하는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기까지는 3년반 이상이 걸린다.

여기엔 학비와 생활비를 합쳐 최소 1억∼1억5천만원의 비용이 든다.

이런 과정을 거쳐 자격증을 따도 코리안 미국 변호사의 지위는 어정쩡한 상태다.

영어 구사 능력이 뛰어나지 않는 한 현지에서 변호사로 성공하기 힘든데다 현행법상 외국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는 국내에서 직접 사건수임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밖에 ''사법시험을 우회한 편법 진출''이란 국내 법조계의 텃세도 감수해야 한다.

이런 이유 등으로 코리안 미국 변호사중에선 대형 로펌 등에 고용돼 국내 변호사를 돕는 ''국제 법무사'' 역할에 머무는 경우도 많다.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갖고 로펌에서 일하는 한 변호사는 "한국과 미국의 법정을 넘나들며 활약하는 국제변호사를 꿈꾸며 유학을 떠나는 사람이 많지만 현실은 아직 이들의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