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워싱턴특파원들은 눈코 뜰 새가 없다.

대형 정책과 사건이 봇물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현상이 최근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빌 클린턴 전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부시와 고어의 치열했던 대통령선거전과 플로리다 재검표 등은 역사적으로도 드문 사건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이것들이 정치사건이었던 반면 최근 벌어지는 일들은 그 파장의 꼬리가 최소한 10년 이상 이어질 대형 경제사건들이라는 점에서 과거와는 그 성격을 달리한다.

우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연이은 금리인하만큼 중요한 현안은 없을 것이다.

과연 FRB는 또 한차례의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인가.

올 들어 이미 다섯차례에 걸쳐 2.5%포인트를 인하했는데 이같은 금리인하가 ''지나쳐(overshooting)'' 혹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결과를 불러오는 것은 아닐까.

기업들이 금리인하에 고무되어 축소경영추세를 역(逆)으로 되돌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금리인하는 나스닥을 살려줄 것인가.

중국과 러시아, 심지어 유럽까지도 싫다는 미사일방어(MD)계획을 밀어붙이겠다는 이유는 무엇일까.

특히 이 문제의 중심에 서 있는 북한의 ''못된 버릇을 고쳐놓겠다''는 속내를 내보인 백악관의 요즘 동태는 과연 무엇일까.

한창 마무리단계에 있다는 대(對)한반도정책 검토는 언제쯤 끝나는 것일까.

''볏짚에서 바늘찾기''나 다름없다는 MD의 군사·정치·외교적 효용성은 뒤로 밀어놓는다 하더라도 MD가 갖는 경제적 효용성은 과연 무엇일까.

혹시 냉전종식 이후 사양길에 접어든 미국의 군수산업을 먹여 살리기 위한 고육책은 아닐까.

그렇다면 실질적인 불량국가(rogue)의 미사일보다는 군수산업에 뿌려질 엄청난 빵(pie)에 더 많은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한없이 늘어나는 이산화탄소 배출로 지구촌은 온난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수요곡선 축소보다는 공급곡선 확대에 초점을 맞춘 백악관의 에너지정책 발표(18일)는 어떻게 평가하는 것이 좋을까.

알래스카 야생동물보호구역에서 캐낼 수 있는 석유는 미국인들이 1년반 밖에 쓸 수 없는 양이라는 데 환경론자들의 반대를 무시하고 공급확대 일변도 정책을 강행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그 뿐인가.

26일 미 의회가 통과시킨 부시 행정부의 조세감면법안이 실제 세금환급으로 이어져 국민들 호주머니로 돌아오는 시기는 언제쯤이고 또 그 환급의 크기는 제대로 추정된 것일까.

과연 10년간에 걸쳐 이어질 그같은 환급이 둔화된 경제의 확장세를 다시 돌려놓는 촉진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일까.

혹시 힘들게 구축해 놓은 흑자재정만 다시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은 아닐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중에 터진 제임스 제포즈 상원의원의 공화당 탈당(25일)은 정말 모두를 경악케 만든 사건 중 사건이었다.

제포즈 의원의 변절은 한국의 어느 의원처럼 ''연어가 되어 다시 돌아올 것''을 전제로 한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제포즈의 결정은 50대50이던 상원의 균형을 민주당지배체제로 하루 아침에 바꿔 놓았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사건이 정치적 사건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상원을 움켜쥐게 된 민주당은 공화당이 추진해 온 은행,에너지,통신산업 관련 규제철폐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부시는 이제 의료,건강보험,주택대출관련 산업도 전혀 다른 차원에서 재검토하지 않을 수 없는 암초를 만난 것이다.

아직 다 끝나지 않은 인사문제도 과거와는 다른 접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부시와 공화당은 이제 모든 정책의 추진강도와 기본 노선을 상당수준 수정하지 않으면 안되는 분기점에 이른 것이다.

이제 대형정책과 사건의 봇물속에서 부시가 찾아야 할 큰 줄거리는 ''양보하지 않을 수 없다''는 현실적 결론인지 모른다.

양봉진 워싱턴 특파원 yangbongji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