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2일로 예고된 노동계의 총파업을 앞두고 대형 사업장 노조들이 잇달아 파업에 들어가는 등 노사관계가 다시 불안정해지고 있다.

노조들이 설비재구축에 따른 인력재배치 및 감축 등에 반대,파업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재계는 기업구조조정에 차질을 초래하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다.

재계는 특히 민주노총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현재 회사측과 임금협상을 벌이고 있는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종사 노조가 파업에 들어갈 경우 인천국제공항 개항이후 처음으로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국가이미지가 악화되고 그로인해 각종 외자유치 계획이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태풍의 눈 대한항공=재계는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의 파업여부가 올해 노동계의 흐름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파업 때의 파괴력이 워낙 큰 데다 민주노총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사업장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조종사 노조는 고학력 전문직이다.

게다가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의 경우엔 지난해 파업을 해본 경험도 있다.

민주노총은 총파업의 ''시위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 노조를 적극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로선 대한항공 노조와 회사측간 협상타결의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회사측은 올해 조종사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총 6백10억원(총액기준 56.5% 인상 효과)의 추가부담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고환율과 고유가로 1·4분기에만 수천억원대의 적자가 발생해 이미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상태라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기 쉽지않은 상황이다"며 "엎친데 덮친격으로 노사관계까지 불안해져 걱정"이라고 말했다.

◇효성의 설비합리화 난관=25일부터 파업에 돌입한 효성 울산공장은 이날 새벽 노사간에 폭력사태까지 발생,부상자가 속출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다.

효성측은 노조의 전면파업 선언에도 불구하고 이날 일부 근로자들이 정상 출근해 조업하고 있으며 나일론원사 생산공정 일부가 노조원들의 집회 참여로 가동이 중단된 상태라고 밝혔다.

효성은 "채산성 악화 문제를 해결하고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 구 설비의 일부를 신 설비로 바꾸면서 일부 인원을 전환배치하고 비정규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노조가 반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구속자 석방 및 원직복귀와 부당 징계자 원상복귀 등을 요구하고 있다.

◇후유증 앓는 여천NCC=99년말 자율빅딜로 통합된 국내 최대 에틸렌 생산회사인 여천NCC 노동조합은 지난 16일 파업에 들어갔다.

이날까지 10일째다.

2백90%의 성과급 지급과 임금조정을 내세웠지만 통합이후 1년반 동안 노사간 불협화음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 공장은 국내 생산량(5백20만톤)의 4분의1 수준인 연간 1백35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는 여천단지의 한화석유화학 대림산업 호남석유화학 등 14개 업체에 합성수지 원료를 공급하고 있어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이들 업체에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우려된다.

정구학·김용준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