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일요일인 지난 20일 각 언론사에 팩스 한장을 긴급히 보냈다.

국민건강보험 특감과 관련,21일로 예정된 감사위원회 회의를 연기한다는 내용이었다.

"감사위원들이 감사결과를 심의하는데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게 그 이유였다.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할때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며칠 전만 해도 의보사태 방조자를 ''속전속결''로 징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던 감사원이 돌연 태도를 바꾼 것이다.

감사원은 지난 18일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특감 결과가 연이어 언론에 보도되자 "21일 감사위원회의 회의를 열기로 했다"면서 "회의 결과를 보건복지부에 통보한 뒤 곧바로 언론에 발표할 것"이라며 결연한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감사결과는 원칙대로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라며 강경방침을 피력한 후 다음날인 19일 건강보험 특감 관련 자료들을 감사위원들에게 통보했다.

이 때만 해도 의약분업에 따른 부작용을 고의로 축소·은폐 보고한 복지부 관계자 7~8명은 징계를 받게 될 것이란 관측이 감사원내에서는 정설처럼 나돌았다.

당시 책임자였던 차흥봉 전 복지부 장관의 징계방안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감사원이 갑자기 감사위원회의를 연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책실패를 호도하기 위해 희생양을 찾는다는 비난여론이 거세지고 복지부도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자 감사원이 징계수위를 놓고 ''눈치보기''에 들어간 결과란 이유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실제로 감사원 관계자들은 21일 기자들을 만나 "복지부 간부 7,8명에 대해 징계하기로 했다는 내용은 사실 무근이다.아직 결정된 것은 하나도 없다"며 한발 물러섰다.

여기다 민주당이 이날 장·차관급을 제외한 의약분업 관련 실무진은 징계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지자 감사원 관계자들은 입장 표명에 더욱 조심하고 있다.

공정성과 객관성을 생명으로 하는 감사원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스스로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홍영식 정치부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