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서남부 보니아일랜드 해안가에 자리잡은 대우건설의 DN-34 공사현장.

서울에서 이곳까지 오는데 2박3일이 걸렸다.

첫날에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중간기착지인 프랑스 파리로 이동했다.

다음날 파리에서 나이지리아의 수도 라고스로 이동하는데 꼬박 하루를 보낸뒤 그 다음날 서남부 도시인 리버주 포타코트를 거쳐 최종 목적지인 보니아일랜드에 도착했다.

58시간 20분만에야 현장을 목격했다.

비행기 자동차 스피드보트 등 육.해.공의 모든 운송수단이 동원됐다.

서부 아프리카의 거대 습지중 하나인 니제르강 삼각주 지역에 위치한 섬 보니아일랜드.

사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밀림 사자 등 TV에서 봤던 아프리카의 모습은 없다.

타는 듯한 더위, 흙먼지, 남루한 차림의 흑인들, 쓰러져가는 집 등이 있을 뿐이다.

사회간접시설도 열악하기 그지없다.

수도인 라고스에서조차 전기와 수돗물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 심각한 것은 신변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치안이 취약해 이동할 땐 항상 기관총으로 중무장한 현지경찰의 호위를 받는다.

이런 곳에서 대우건설은 LNG(액화천연가스) 플랜트의 핵심설비인 프로세스를 시공하고 있다.

잠깐 공사 현장을 둘러보는데도 땀이 비오듯 흐른다.

숨쉬기조차 벅차다.

이런 곳에서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정작 힘들게 만드는 것은 현지 커뮤니티(부락)의 위협이다.

커뮤니티들은 돈을 뜯어내기 위해 수시로 민원을 제기한다.

요구조건을 관철시키기 위해 공사방해, 파업, 태업도 서슴지 않는다고 한다.

"전체 공사에서 커뮤니티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습니다"(이상영 대우나이지리아 대표)

이런 역경을 딛고 대우건설은 조만간 부분 하청공사에서 벗어나 최초로 턴키방식 LNG 플랜트 공사를 계약하는 개가를 올리게 된다.

쉘석유개발사가 발주한 3억6백만달러 규모의 턴키방식 가스플랜트공사 낙찰자로 선정되는 것.

그동안은 부분시공만 담당해왔지만 이제는 설계.구매.시공.시운전 및 2년간의 상업운전을 일괄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대우그룹사태 국가신용도하락 해외경쟁업체견제 등 수많은 악재 속에서 일군 성과다.

"20년 동안 이곳에서 쌓아온 신뢰의 결실입니다"(조응수 DN-34현장 소장)

적어도 나이지리아에서 만난 대우건설은 워크아웃으로 연명하는 응급환자가 아니라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믿음직한 일꾼의 모습이다.

보니아일랜드=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