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후문 SK관의 B2호.6평의 좁은 공간에 10대 남짓의 컴퓨터와 프린터가 양쪽으로 촘촘히 놓여 있다.

이곳은 이대 사범대 사회생활학과 벤처동아리 겟(GET:)의 연구실이다.

지리 전공 출신들로 구성된 겟은 인터넷상에서 GIS(지리정보시스템)를 이용해 학교앞 하숙정보와 상가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조그만한 사무실에 들어서자 예상했던 야전침대와 컵라면 대신 ASP를 비롯한 각종 컴퓨터 관련 서적들만 눈에 띈다.

벤처업계의 침체로 의기소침할 법도 하지만 대학생 특유의 자신감과 풋풋함이 가득하다.

바깥의 분위기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겟 운영의 특징은 프로젝트를 수주하면 모든 회원이 달려들어 일을 해치우고 작업이 끝나면 학과수업을 보충하는 "게릴라식"이다.

이 동아리 김혜진(사회생활학과 대학원 1학기)회원은 "프로젝트가 떨어지면 밤늦도록 일하다가 택시 타고 집에 가는 때가 많다"며 "여기서 자면서 작업을 하고 싶지만 한밤에는 너무 추워 잠을 잘 수가 없다"고 얘기했다.

지난 98년 학부생 중심으로 이곳에 둥지를 마련한 겟은 이제 대학원생과 학부생 25명이 함께 꾸려가는 동아리로 발전했다.

당시 학부생들이 대학원에 진학하고서도 손을 놓지 않고 계속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역할 분담이 됐다.

최근에는 학교 주변의 상가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완성,인터넷(get.ewha.ac.kr/ecis)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는 이대 주변의 음식점 의상실 미용실 오락실 등이 업종별로 상세히 분류돼 있다.

이곳에 들어가면 가고 싶은 장소의 위치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방문자들의 평가란도 있어 각 업소의 서비스도 가늠할 수 있다.

지난해 개발에 착수한 뒤 9개월간 학부생들이 발로 뛰며 취재한 정보로 구축한 시스템이라 여간 꼼꼼하지 않다.

지도교수인 사회생활학과 성효현 교수가 조사에 참여한 학생들에겐 리포트 면제 등의 혜택(?)을 준 덕분에 학부생들의 참여가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학부생들이 제대로 조사했는지 확인하기는 간단하다.

대학원 선배들은 학교밖 식당에 나갈 짬도 내기 어려울 만큼 바쁠 때는 이 시스템(esis;이대밸리 커머셜 인포메이션 시스템)을 이용해 음식을 주문함으로써 시스템의 성능과 시장조사의 정확도를 함께 확인한다.

학교앞에 무분별하게 들어서는 상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착수한 ecis 프로젝트가 완성되자 엉뚱하게 주변 복덕방에서 문의전화가 밀려와 곤욕을 치뤘다.

김민의(사회생활학과 대학원 3학기)씨는 "학교 주변에 어떤 상가가 있는지 자세히 나와 있어서인지 장사하시는 분들이 문의하곤 한다"며 "그분들 입장에서는 잘만 생각하면 틈새사업도 찾을 수 있는데다 경쟁업체에 대한 소비자 반응도 확인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겠죠"라고 말했다.

겟은 자신들이 만든 ecis의 상업적 용도를 최대한 배제하고 대신 학교앞 업소들과 연계해 유해상가들을 정화하는데 활용할 계획이다.

업소별로 학생들이 직접 평가할 수 있는 항목을 설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학교앞 교육환경수호를 위한 가상공간시스템인 "아르카디아"(ewha.ac.kr/arcadia)도 마련했다.

고대 그리스의 펠로폰네소스에서 이름을 따 온 "아르카디아"에는 겟이 꿈꾸는 학교앞 풍경이 펼쳐져 있다.

겟 회원들은 졸업한 뒤에는 주로 IDC(인터넷데이터센터)나 GIS(지리정보시스템)업체에 들어가 활약하고 있다.

김민의씨는 "벤처동아리 활동을 밑거름 삼아 실전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나서 창업하겠다고 생각하는 회원들도 많다"고 알려줬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