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지나 요리전문잡지에 실린 화려한 음식 화보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킨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있을 것이다.

사진속의 잘 차려진 요리 한 접시를 보고 있으면 그 맛과 냄새는 물론 음식에 담긴 사연까지 말해주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푸드스타일링은 이처럼 사람의 오감을 자극하는 매력있는 직업이다.

김정민(34)씨는 그 매력에 푹 빠져 있는 신세대 푸드스타일리스트다.

원래는 뉴욕의 디자인학교인 파슨즈 스쿨을 나와 미국과 한국 등지의 광고회사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했지만 우연히 접한 푸드스타일리스트의 세계에 이끌려 직업을 과감히 전환했다.

"워낙 요리를 좋아해요. 그래서 광고회사를 다니면서도 틈틈이 양식 일식 중식 조리를 배웠고 한식은 조리사 자격증도 따 두었지요"

요리에 특별한 관심을 두고 있던 그에게 기회가 왔다.

지난 98년 요리전문지 쿠켄에서 푸드스타일리스트를 모집했던 것.

타고난 미각에 요리솜씨, 미술전공으로 쌓은 미적 감각이 더해져 그는 금새 재능있는 푸드스타일리스트중 한명으로 떠올랐다.

특히 군더더기 없는 젠(禪)풍의 스타일링 분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게 주변의 평가다.

"현재 활동분야는 잡지의 화보촬영과 광고, 단행본으로 크게 나눌 수 있습니다. 각 분야별로 특성이 분명해 스타일리스트에게 요구하는 점이 다르지요"

화보를 찍을 때는 기획단계부터 참여해 레이아웃 촬영이 진행되는 모든 과정을 잡지사 기자와 의논하는 경우가 많다.

요리를 직접할 때도 자주 있다.

소요시간은 한 건당 보통 일주일 정도.

공들이는 시간이 있는 만큼 ''테마에 맞춰 얼마나 아름답게 보이느냐''가 스타일링의 관건이다.

그러나 광고 촬영은 다르다.

미(美)를 강조하기보다는 소비자들의 입안에 군침이 돌아 제품을 사게 만드는게 광고 작업의 핵심.

TV화면이나 지면광고에서 맛있어 보이는 통닭은 사실 푸드스타일리스타가 배를 갈라 솜을 채우고 니스칠한 못먹는 음식이다.

또 광고작업은 하루만에 뚝딱 해치워야 할 때가 많아 순발력을 필요로 한다.

김씨의 가방 안에 늘 철사 줄톱 펜치 등 "연장"이 들어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요즘 푸드스타일리스트의 인기가 높아진 것을 실감합니다. 어시스트로 제 밑에서 일하고 싶다는 전화를 하루에도 여러통 받거든요.
하지만 막상 일을 해보면 하루도 못견디고 그만 두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김씨는 "잘 포장된 결과물만 보고 일하는 과정 또한 멋지고 화려할 것이라는 판단은 오산"이라고 말했다.

인정받는 푸드스타일리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체력과 스타일링에 대한 센스, 그리고 무엇보다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설현정 기자 s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