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여간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비틀거리는 경제로 인해 고전해왔다.

"닷컴" 거품이 붕괴하고 미 경제는 가파르고 갑작스런 하강곡선을 타기 시작하는 등 여러가지 나쁜 일들이 잇따라 발생했다.

그리고 올해 1월 이후엔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기업 실적이 악화되며 경제성장이 둔화세를 타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최근 통계를 보면 유럽 시장에도 미국과 비슷한 형태의 슬럼프 징조가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또 계속되는 일본의 경기둔화세는 인근의 아시아 지역국들에까지 전염되고 있다.

특히 각국의 IT업계는 유난히도 거칠고 사나운 폭풍을 헤쳐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나쁜 소식들에도 불구하고 잠시 한발짝 뒤로 물러나 보다 넓은 시야로 현실을 직시해보자.그러면 현재 우리는 진정한 정보 혁명 시대를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경영 관행을 변화시킬 뿐 아니라 지구상 수십억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삶을 획기적으로 뒤바꾸는 과히 파격적인 혁명이다.

따라서 지금 당장 견디기 힘들다고 해서 이 위대한 혁명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놓친다면 그건 정말 어리석은 행동이다.

무어(Moore)의 법칙이든 멧칼프(Metcalfe)의 법칙이든 IT시대를 반영하는 대부분의 법칙들이 전달하려고 하는 근본적인 메시지는 같다.

무어의 법칙이란 세계 최대 반도체칩메이커 인텔의 공동창업자인 고든 무어가 컴퓨터 하드웨어의 발전이 엄청나게 빠르다는 점을 설명한 법칙이다.

멧칼프의 법칙은 컴퓨터 네트워크망을 확대해 나갈수록 그로부터 사용자가 얻을 수 있는 효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현상을 일컫는 것이다.

결국 이런 법칙들은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이 엄청난 혁명은 절대 쉽사리 멈추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의미한다.

이 혁명은 끝없이 진행될 뿐 아니라 그것이 창출해내는 변화의 범위가 굉장히 넓다.

또 변화의 속도도 놀랄만큼 빠르다.

이러한 거침없는 혁명은 그러나 심각한 위기도 동반한다.

기술이 눈부신 발전을 거듭함에 따라 디지털 디바이드(정보 격차)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인 격차도 커진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은 한편으로는 이러한 틈을 메울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자.예를 들어 무선통신은 구리선으로 수천km를 연결해야하는 번거로움을 없애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인터넷은 한 시장이 다른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을 크게 확대해줄 수 있는 여지를 분명히 갖고 있다.

바로 이러한 위대한 작업을 실행해 나가는 것이 21세기를 주도하는 우리들의 사명이다.

아직은 디지털 디바이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기술" 자체가 아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들,또 기술의 수혜자가 되는 사람들이다.

기술을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시스템과 조화를 이루도록 사용하는 열쇠는 사람들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어느 유명한 정치가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정치란 것은 자고로 현지화 전략으로 승부하는 법이라고.IT혁명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시대에는 모든 솔루션이 현지화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만들어져야 한다.

사용자의 요구에 부합하지 않는 기술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일부 지역들에만 국한된 "절름발이" 원칙이어서는 곤란하다.

진정한 디지털 세상이라면 국경이 없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낙후된 세계 여러 지역들에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의식있는 다국적 기업들이 나서서 추진해야할 중대한 과제다.

정리=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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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칼리 피오니라 휼렛팩커드 회장이 최근 인도 뉴델리를 방문해 기업계 리더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연설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