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경제구조의 변화속에 통계지표에도 구조조정 바람이 일고 있다.

과거 경제흐름을 판단하는데 필수적이던 통화량지표와 신용장 내도액 등은 요즘 거의 안쓰인다.

반면 산업생산 물가 실업 등이 귀중한 통계로 더욱 각광받는다.

한국은행은 내년부터 국제통화기금(IMF)의 통계 매뉴얼에 따라 ''대외 금융자산.부채현황'' 등 새로운 통계를 만들 계획이다.

특히 내년에 GDP(국내총생산)의 기준연도가 1995년에서 2000년으로 바뀜에 따라 기존 통계지표도 일대 변화를 맞을 전망이다.

◇ ''지는'' 통계지표 =외환위기 이전까지 통화량지표는 물가나 기업의 생산.투자활동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지표였다.

그러나 한은이 1999년 5월부터 통화관리를 통화량에서 금리로 바꾸면서 보조 지표로 전락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매월초 콜금리에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통화증가율이 얼마인지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수출신용장(LC) 내도액도 경기예상 지표로서의 기능을 잃었다.

비용이 많이 드는 신용장 방식의 수출 비중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반면 현금 송금과 수출환어음 방식 수출이 급증한 탓이다.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에서 재고 통계의 유용성도 크게 떨어졌다.

경제의 디지털화로 물류동향 파악이 용이해지면서 기업들이 재고를 쌓아두던 시대가 지났기 때문이다.

◇ ''뜨는'' 통계지표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자주 이용하는 통계도 미국을 닮아간다.

통계청이 산업생산 물가 고용.실업 등을 발표할 때마다 주가나 금리가 요동친다.

투자자들은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 등에도 예민해졌다.

각종 경제통계를 바탕으로 결정되는 미국 연방기금금리나 한은의 콜금리는 나날이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기업 재무제표에서도 대차대조표나 손익계산서보다 현금흐름표가 더 중시된다.

신용 경색이 장기화돼 금융기관이 대출 기업의 빚 갚을 능력을 재는데 유용하기 때문이다.

◇ 새 통계 나온다 =한은은 내년부터 ''대외 금융자산.부채현황'' 통계를 작성할 예정이다.

국제수지 통계가 매월중 외화의 유출입을 나타내는 ''플로(Flow)'' 통계인 반면 새 통계는 일정시점의 외화 보유규모를 보여주는 ''스톡(Stock)'' 통계다.

새로운 통화지표도 개발중이다.

내년부터 기존 M1(통화), M2(총통화), M3(총유동성) 대신 ''M1E(협의의 통화), M2E(광의의 통화), M3E(최(最)광의의 통화)''로 바뀐다.

2금융권의 수신이나 채권 등이 포함된다.

통계청은 통계지표와 체감지표와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 장바구니 물가를 반영한 ''생활물가지수''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따른 실업률 통계를 별도로 작성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경제 환경의 변화에 따라 통계지표에도 부침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그렇지만 이용도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주요 지표를 쉽사리 폐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