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한국에서는 여전히 기업구조조정이 진행중이다.

한국의 구조조정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함께 받은 태국과 인도네시아에 비하면 훨씬 돋보인다.

태국이나 인도네시아의 개혁은 광범위한 사회·제도적 변혁이 요구된다.

이들 국가의 거래네트워크는 법적 제도적 장치보다 주로 인간관계나 공동체등에 기초해 있다.

반면 한국은 위기경험이 있는 다른 국가들이 갖고 있지 못한 많은 장점이 있다.

한국기업은 비교적 소유권이 분명해 개혁추진 방해물을 제거,자본구조를 강화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또한 경영투명성을 가로막는 장벽을 낮췄고 기업경영에 대한 책임소재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한국이 더 많은 외자를 끌어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개혁마인드를 지닌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은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재벌 오너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소유구조의 집중은 개혁을 추진하는데 있어 이들로 하여금 개인주의적 성향을 띠게 만든다.

재벌의 오너들은 상당히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지렛대 역할을 한다.

김 대통령은 기업 엘리트들의 힘을 누르기 위해 과거 권위시대의 유물인 강력한 관료에 의존하고 있다.

대부분의 정책결정은 이들에 의해 독점된다.

국회는 주고 받는 민주적 협상의 장(場) 역할을 충실히 해내지 못하고 있다.

김 대통령도 비교적 ''견제와 균형''으로부터 자유롭다.

이런 식으로 결정된 정책은 광범위한 대중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따라서 한국의 정치문화는 지역적 정서나 학연등이 아닌 이슈가 선거를 지배하는 수준까지 발전해야 한다.

하지만 정치발전의 지지부진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경제적 발전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금까지 실패한 부문에서도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있다.

노동시장도 크게 유연해졌다.

당분간 높은 실업률이 지속될 것이고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계약직 형태로 일자리를 찾을 것이다.

은행부문은 아직 완전회복과는 거리가 멀다.

완전정상화에는 수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한국이 구제금융을 받을 당시의 금융환경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가 대출문제를 지시하는 과거의 관행도 없어질 것이다.

하지만 은행들의 ''클린화''작업이 늦어지면 기업들은 자금조달을 위해 시장으로 눈길을 돌릴 것이다.

또 재벌과 정치와의 고리가 약해져 은행들은 자율적으로 대출할 곳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과 인터넷 전자상거래의 발달은 기업들이 경영관행을 개선시키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투명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한국의 주주운동도 기업경영에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했다.

금융위기때 외국인 투자제한을 완화토록 하고 있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영향으로 한국시장에서 외국인들이 경쟁하기가 좀더 쉬워진 것도 이점이다.

한때 어려운 합작투자등의 압력을 느꼈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제 한국시장에서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게 됐다.

기회를 맘껏 활용하고,국내경영팀을 구성하고,국제표준을 도입할 수도 있게 됐다.

이러한 요소들은 한국의 기업문화를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데 기여하고 있다.

한국이 지난 97년의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 지속적인 회복세를 유지하는데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강력한 제도적 기반을 갖춘 금융서비스 구축이다.

은행도산을 막기 위한 충분한 대손충당금과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법적인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

이런 조치들은 한국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확고하게 만들 것이다.

또 이런 변화가 법제화될수록 충격을 이겨내는 경제의 힘은 한층 강해질 것이다.

정리=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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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A Thirst for Funds Drives Change''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