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 서면로터리 인근 롯데백화점앞.

성냥팔이 소녀를 구하기 위해 한 남자가 뛰고 있다.

일순간 모여든 구경꾼들.

몇몇 사람들은 "와 TTL 선전하는 임은경이네,참말로 귀엽데이" "자는 김진표 아이가"를 연발한다.

기획시대가 제작하고 장선우 감독이 연출하는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을 촬영하는 장면이다.

같은 날 해운대 웨스틴조선비치호텔에서는 소호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하고 정소영 감독이 연출하는 영화 ''미워도 다시한번'' 촬영이 진행됐다.

음악비디오 촬영도 잇따르고 있다.

아프리카 픽쳐스가 제작하고 차은택 감독이 연출한 ''브라운 아이즈''는 최근 촬영이 끝났다.

일본 3인조 혼성그룹도 광복로와 부산대교를 배경으로 ''드림스 컴트루''를 찍었다.

올들어 부산이 온통 영화 열기로 가득차 있다.

올해들어 촬영된 영화와 영상물만도 28편.

촬영중인 영화는 2편,헌팅하거나 협의중인 작품만도 50건에 이른다.

이처럼 영화 촬영이 부산으로 집중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부산이 영화를 촬영하는데 가장 좋은 도시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제작진이 부산영상위원회에 촬영신청만 하면 직원들이 경찰서와 소방서 업무 등 모든 행정업무를 대신 처리해준다.

야간작업땐 교통정리는 물론 구경꾼들의 질서지도까지 도맡아 해준다.

이같은 영화 붐으로 부산 경제도 도움을 받고 있다.

올해 직접적인 영화 제작으로 벌어들일 금액은 2백50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유명 영화장소를 찾는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관광수입도 연간 1천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시와 부산영상위원회는 부산을 ''영화의 메카''로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를 기념하기 위해 지난 5일 부산 동구 범일동에 ''친구의 거리''를 조성했다.

주요 장면을 촬영한 범일동 굴다리 인근에 푯말을 세우고 영화포스터 등 각종 전시물도 꾸몄다.

특히 부산 자갈치시장과 부전역 서면 일대,범일동 뒷골목 등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곳 중 최적지를 골라 영화의 거리로 확대,지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연내에 부산과 울산,경남지역을 포함하는 광역권 로케이션 지원체제도 구축할 방침이다.

홍콩과 일본 등 아시아권 필름커미션 기구들과 네트워크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해운대구 우동 부산무역전시관내 스튜디오 분장실과 작업실을 갖춘 2천평 규모의 실내촬영 스튜디오를 마련한데 이어 영상벤처센터와 영화현상소도 설립할 계획이다.

오는 2006년까지 4백억원의 영화영상 진흥기금을 조성할 예정이다.

부산영상위원회 명계남 위원장은 "영화는 영화업계와 지자체를 함께 살찌울 수 있는 좋은 산업"이라며 "부산을 세계적인 영화메카지역으로 도약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