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베이징에서 정보통신 관련세미나가 열렸다.

식순에 따라 중국 신식산업부 장춘장(張春江) 부부장의 축사가 이어졌다.

세미나에 참석한 한국 상사원들은 그를 보고 적잖이 놀랐다.

헝클어진 머리,허름한 청바지, 줄무늬 티셔츠….

차관이라기보다는 대학생에 가까운 차림이었다.

작년에 차관으로 발탁된 그는 올해 43세.

중국의 ''연경화(年輕化)''바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중국은 공직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관리의 평균연령을 낮추려는 연경화 작업을 추진중이다.

그래서 나온 인사정책이 ''680(六八零)공정''이다.

''60년대 태어나 80년대 대학 입학생들을 간부로 기용하라''는 내용이다.

40세 이하, 대학학번으론 80학번 이상의 젊은이가 ''680공정''의 간부선발 기준인 셈이다.

기자가 만나는 부처 국장급의 상당수가 30대 또는 40대 초 젊은이들이다.

중국판 ''386세대 돌풍''이다.

공직뿐만 아니다.

업계에서도 CEO(최고경영자)자리를 차지하는 ''80학번 세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중국 최고 정보기술업체인 롄샹(聯想)그룹 총재로 오른 양위안칭(楊元慶)은 올해 38세다.

중국 최대 자동차그룹인 이치(一氣)의 주엔펑(竺延風)사장, 컬러TV시장의 선두업체인 콩카(康佳)의 천웨이롱(陳偉榮)사장 등도 386세대다.

80학번 이상의 젊은이들은 특히 정보통신 분야의 주류로 자리잡았다.

''680공정''은 문화대혁명과 관련이 있다.

40대 후반 인사들은 중국 전역을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문혁시기(66∼76년)에 정치운동에 휩쓸려야 했다.

학창시절 책을 멀리한 그들은 중추적 지위를 맡기엔 능력이 모자란다.

반면 80학번 이후 세대는 대학시절 개혁개방정책을 지켜봤고, 시장이 무엇인지를 안다.

국제감각도 뛰어나다.

80학번 세대를 발탁, 문혁세대의 공백을 메우고 나아가 사회 분위기를 활성화시키자는 게 ''680공정''인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공직의 타성을 깨뜨리기 위해 ''공직 개방형 임용제''를 실시했다.

이 정책은 그러나 기득권에 부딪쳐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사회는 젊어지고 있는데 반해 우리는 늙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