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살기 힘들어진 곳은 부산 인천 광주 등이고 그나마 살기 좋은 곳은 경북 울산 전남 등으로 나타났다.

6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지역별 경제고통지수 현황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은 올 1.4분기 고통지수(misery index)가 9.43에 달해 16개 시.도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고통지수 최저치를 기록한 경북(4.89)의 약 2배 수준이다.

연구원은 실업률 소비자물가상승률 부도율을 더한 값에 건설발주액 증가율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고통지수를 산출했다.

지수가 높을수록 실업자가 늘고 물가는 오르는 등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고통이 크다는 뜻이다.

전국 평균 고통지수는 1998년 1.4분기 12.06을 정점으로 작년 2.4분기 3.91까지 떨어졌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기 침체로 인해 다시 증가하고 있다.

◇ 지역별 현황 =부산(9.43)을 비롯한 인천(8.68) 광주(8.44) 서울(8.11) 대구(7.28) 등 대도시 지역이 살기 힘든 곳으로 조사됐다.

반면 경북(4.89) 울산(5.26) 전남(5.51) 등은 비교적 살기 좋은 곳으로 나타났다.

1년 전과 비교해 보면 강원 전북 충남의 고통지수 순위가 각각 14위→9위, 11위→7위, 15위→11위로 올라 타지역에 비해 살기가 더욱 힘들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5위→12위) 전남(9위→14위) 울산(10위→15위)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생활여건이 나아졌다.

권역별 고통지수를 보면 수도권(7.90)이 높은 반면 영남(6.81).호남(6.97)권과 중부권(6.19)은 상대적으로 낮다.

◇ 지역별 격차 원인 =경제 규모보다는 산업.금융구조의 차이가 큰 것이 원인이다.

고통지수 최고.최저치를 각각 기록한 부산과 경북지역 생산액이 전국 생산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공교롭게도 모두 6.4%(1998년 기준)이다.

그러나 산업구조 측면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난다.

부산 지역의 제조업 비중은 전체 생산액 가운데 43.9%(99년 기준)인 반면 경북은 무려 74.5%(중화학공업 63.2%.경공업 11.3%)에 달했다.

대신 부산은 서비스업 비중이 44.9%(99년 기준)로 경북(14.0%)의 3배 수준이다.

정보.전자 산업 비중도 경북지역이 28.2%로 부산(2.0%)의 14배에 달한다.

금융구조 측면에서도 특징이 드러난다.

신용금고 등 지역 토착 저축기관 지점수는 경북이 8백53개(2001년4월)로 부산(4백45개)의 약 2배에 달했다.

유병규 수석연구원은 "중화학공업 위주의 산업구조를 갖고 정보·전자산업 비중이 큰 지역, 신용금고 등 토착금융 기관이 발달한 지역이 고통지수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 지역 격차 줄이려면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연구원은 영국이나 네덜란드처럼 ''지역발전청(RDA·Regional Development Agency)''을 설립해 각 지역별로 특화된 산업을 육성하는 등 지역산업을 종합적으로 키워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환위기 이후 초토화된 지방금융기관을 복원하고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