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J(비디오저널리스트.Video Journalist)는 춤추며 뮤직비디오를 소개해 주는 어여쁜 아가씨(비디오자키)와는 다릅니다"

올해로 6년여 동안 VJ로 일해온 김민선(38)씨는 "최근 인기 직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VJ는 혼자서 기획자 기자 PD 사업가의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들을 뜻한다"고 말했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인 1998년 봄부터 지난해 봄까지 SBS TV 아침프로그램 "출발 모닝와이드"에서 "VJ 김민선의 불황탈출"이란 제목으로 자신의 작품을 정기적으로 선보였다.

하지만 김씨의 주무대는 국내가 아니다.

지난 95년 VJ 공부를 위해 일본으로 갔을 때 이미 찍어놨던 "한국의 사계"와 "한국의 강산"이 일본 NHK 위성방송을 통해 전파를 탔다.

그후 자연스럽게 일본 방송계와 연결돼 한국의 문화와 사람을 소개하는 작품 등을 제작했다.

현재 그는 일본의 "비디오뉴스"사와 한.일 공동으로 만들 수 있는 다큐멘터리를 준비하고 있다.

또 지난 3월 설립된 한국비디오저널리스트협회의 사무총장을 맡아 여러가지 일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외대 일어과 출신인 김씨는 교통전문지 기자, 방송작가, 케이블TV 프로듀서 등을 거치면서 VJ 길에 들어섰다.

"VJ는 아무래도 일반 방송국의 프로듀서에 비해 자유로운 편입니다.
전문적으로 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규칙을 세우고 살아가는 것이 필요해요. 그래야만 세상의 변화를 담을 수 있는 작품들을 만들 수 있죠"

김씨의 하루는 인터넷 뉴스검색으로 시작된다.

김씨는 일어나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e메일로 전달된 관심 분야의 뉴스를 읽어본다.

새로운 취잿거리나 작품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다.

그후 오전내내 사람들을 만난다.

다른 VJ와 새로운 작품을 함께 기획하기도 하고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VJ가 만들어내는 대부분의 작품들은 "사람"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친분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VJ가 갖춰야할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는게 김씨의 설명이다.

"외환 위기 당시 새로운 사업아이템을 소개했던 "불황탈출"이라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한국에 있는 거의 모든 경제연구소의 연구원들을 만나본 것 같아요. 훌륭한 VJ가 되기 위해선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만 해요"

오후가 되면 그는 이미 촬영한 것들을 편집하거나 취재를 한다.

제작비가 많이 들때는 작품 기획서를 들고 방송국을 찾아가기도 한다.

김씨는 저녁시간을 대부분 인터뷰를 하며 보낸다.

그가 좋아하는 인터뷰 방법은 "음주 인터뷰".

언제나 6mm 카메라를 갖고 다니는 그는 인터뷰 대상자들과 술을 마실 때도 카메라를 켜 놓는다.

김씨는 "가끔 제 작품들에서 술기운 때문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모습들을 볼 수 있어요. 술을 먹으면 사람들은 솔직해져 예상치도 못했던 말들이나 장면들을 담는 경우가 많아 음주 인터뷰를 고집하는 편입니다"라고 설명했다.

"VJ가 주요한 직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당연한 시대적 흐름이라고 생각해요. 위성방송 인터넷방송 케이블방송 등이 계속해 생겨나면서 더 많은 방송콘텐츠가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방송환경에는 1인 다역의 VJ가 해야할 몫은 더욱 많아질 것입니다"

길덕 기자 duk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