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이 다시 뛰고 있다.

외환위기를 이겨낸 중견기업이 "한국경제의 허리" 역할을 튼튼히 하기 위해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무분별하게 벌려놓은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경쟁력을 갖춘 사업부문에 집중하는 중견기업이 늘고 있다.

경제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사업을 다각화하는 중견기업도 적지 않다.

본지는 중견기업연합회와 공동으로 이러한 중견기업의 변화상을 집중취재해 "다시 뛰는 중견기업"이라는 시리즈로 주1회 게재한다.

샘표식품이 바뀌고 있다.

지난 46년 창사이후 55년동안 쌓아온 "조용한 간장회사"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있다.

"다이내믹한 종합식품회사"를 만들기 위해 2백50명의 임직원이 달리고 있다.

변화의 물결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창업주 고 박규회 회장의 장손인 박진선 사장(51).

지난 97년부터 지휘봉을 잡았다.

"처음 경영을 맡았을때 샘표식품은 회사안팎에서 간장을 만들기만 하는 회사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만들어 내기만 해도 팔렸던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바뀌고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시장을 개척하지 않으면 도태되기 마련입니다"

박 사장은 영업과 마케팅 역량 강화에 승부수를 던졌다.

우선 간장 유통시스템을 고쳤다.

기존 대리점 체제에다 회사 직접배송 체제를 더했다.

백화점이나 농협의 하나로마트등 대형 매장에는 회사가 직접 간장과 고추장 된장을 공급한다.

또 직원을 백화점과 하나로마트 현장에 파견해 판매 및 소비자 입맛을 조사하고 있다.

박 사장은 영업과 마케팅을 전담하는 직원을 1백30명이나 신규채용했다.

기존 직원수(1백20명)보다 많은 인원이다.

박 사장은 연구실 수준에 머물러 있던 R&D(연구개발)조직을 연구소로 확대개편했다.

지난4월 중순에는 집에서 메주를 띄워 만든 것과 같은 수준의 "맑은 조선간장"을 선보였다.

연구소는 "조선된장"의 개발도 완료해 대량공급할 계획이다.

박 사장은 김치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김치가 간장 된장 고추장과 함께 한국 발효맛을 대표하는 음식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

샘표식품은 "한국 맛의 세계화"를 위해 불고기 김치 간장 등 전통 한국음식을 파는 패스트푸드 체인 "미스터 김치"(가칭)를 추진하고 있다.

샘표식품은 LA 뉴욕 파리 북경 상해등 세계 주요도시에 20개 이상 만들 계획이다.

샘표식품은 신동방의 식용유 사업부문 인수도 추진중이라고 전했다.

지난달말 진행된 공개입찰에도 참가했다.

박 사장은 인수가 이뤄지면 연간 매출이 1천5백억원으로 커진다고 설명했다.

또 식용유와 간장이 같은 콩으로부터 파생된 음식이기 때문에 제품 질 향상,원가 절감등에도 상당한 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했다.

박 사장이 그렇다고 기존 사업부문을 경시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지난해 10월말 경기도 이천에 8만kl 규모의 간장공장을 완공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 공장은 단일 간장공장으론 세계최대이며 전공정이 자동처리되는 하이테크 공장이다.

또 충북 영동에 1만2천t 생산규모의 된장 고추장 공장도 완공해 지난3월말부터 시험가동중이다.

박 사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전자공학 석사학위를 받은뒤 오하이오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대학에서 철학교수를 역임하던중 지난90년 부친 박승복 회장(79)의 권유로 샘표식품에 들어왔다.

창업3세인 박 사장이 55년동안 한우물을 파온 샘표식품을 어떻게 탈바꿈시킬지 주목된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