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를 M&A(인수합병)해 주세요''

법정관리 기업인 범양상선의 매각 작업이 이 회사 홈페이지(www.panocean.com/korean/m&a.html)에 M&A 공고를 낸 뒤 급류를 타고 있다.

이미 30여개 업체가 인수 제의를 해왔다는 것.

인터넷의 위력이 새삼 입증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지난 93년 11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범양상선은 수년간 ''주인찾기'' 작업을 지속해 왔지만 별반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해운업체들의 전망이 불투명하기도 했지만 범양상선의 법정관리 기간이 길어져 관심권에서 멀어진 때문이다.

범양상선은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해 말 회사 인터넷 홈페이지에 자사를 M&A할 투자자를 찾는다는 공고를 냈다.

이 공고에는 ''신주 발행을 통해 회사를 인수할 업체를 찾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회사에 대한 간략한 재무정보 등을 담았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업체들의 반응은 놀라울 정도였다.

"무려 30여개 업체로부터 인수합병에 대한 문의가 쏟아져 들어왔다"(범양상선 기획실 관계자)

범양상선의 매각 주간사(파이낸셜 어드바이저)인 산업은행과 KPMG파이낸셜서비스는 최근 관심을 보인 업체 중 인수 의사가 분명하고 비밀유지 협약을 준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업체들에 공식적인 매각제안서(인포메이션 메모랜덤)를 발송했다.

과거 대우자동차 매각 때와 같은 ''제한적 경쟁입찰'' 방식으로 회사를 팔기로 한 것.

물론 범양상선의 증자에 투자 업체가 참여하는 방식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몇개 업체에 매각제안서를 발송했는지 밝힐 수는 없지만 국내외 업체가 두루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이달 말까지 관심 있는 해외투자자들로부터 범양상선의 가치에 대한 평가와 인수 예정가격을 담은 1차 인수제안서를 받기로 했다.

이중 일부 업체를 선정,6월 중 회사의 영업 및 재무와 관련된 세부적인 내용을 공개하는 데이터룸을 운영하고 최종 제안서를 받은 후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인수 협상을 벌인다는 일정을 확정했다.

연내에 인수 협상이 마무리될 수 있을 것으로 범양측은 전망하고 있다.

범양상선은 지난해 매출 1조6천4백80억원에 4백1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98년,99년에는 각각 7백47억원,4백8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린 바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