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업계가 침체돼 있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자금악화설까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벤처기업들이 죽쑤고 있으니 한켠으로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런 불황을 비웃듯 잘나가는 기업도 있다.

매출이나 이익이 수직적으로 증가하는 회사도 있다.

늘어나는 이익을 주체하지 못해 사무실을 확장하고 절세용으로 광고홍보비를 늘리는등 "표정 관리"가 어려운 벤처기업들이 적지 않다.

<> 액면가 대비 50배로 자본 유치 =휴대폰등에 필요한 자바플랫폼을 개발,공급하는 XCE(대표 김주혁).

이 기업은 최근 산업은행과 일본 히까리통신 캐피탈으로부터 액면가(5백원)의 50배에 해당하는 높은 주식 평가로 모두 26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이른바 "대박 펀딩"에 성공한 것이다.

XCE 관계자는 "히까리측에서 3월초에 방문한 다음 2주만에 투자결정을 내렸다"며 "기술력을 높이 평가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 사무실 확장하는 테헤란로의 한 벤처 =모바일 컨텐츠와 응용솔루션을 개발하는 옴니텔(대표 김경선)은 최근 사무실을 크게 늘렸다.

강남 역삼동의 1백2평짜리 사무실로는 공간이 협소하다고 판단, 부설 연구소를 아예 새로운 사무실로 이전시켰다.

보증금 2천5백만원에 매달 2백57만원의 임대료를 내야 하지만 늘어나는 인력을 감당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

회사 관계자는 "직원들 사이에선 아예 사옥을 사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 팽창주의 반도체장비회사 =남동공단내에 위치한 선양테크(대표 양서일)는 반도체제조 장비를 만드는 회사다.

지난 1999년만해도 매출액과 이익은 각각 1백55억원 및 13억원.

이 실적이 2000년엔 3백74억원 과 37억원으로 급증했다.

실적 호전을 바탕으로 선양테크는 작년부터 계열사를 인수하거나 설립하는 등 확장하고 있다.

작년 2월 몰드(반도체생산공정중 하나) 전문회사인 참텍을 설립했다.

작년 7월엔 SSP라는 회사를 5억원에 인수했다.

또 금년들어선 화상용 반도체 패키지를 만들기 위한 ACPS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 광고비 아끼지 않는 벤처 =기업용 회계전문 소프트웨어 벤처인 D기업은 요즘 광고 홍보에 물 쓰듯이 돈을 쓰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어차피 이익을 급증해 법인세로 나갈 돈이 많기 때문에 비용을 늘려 절세를 하자는 것.

기업확장과 기타 투자로도 "한계"를 느끼고 홍보 및 광고비 지출에 눈길을 돌린 것.

일반적으로 수익이 많이 날때 회사 이미지를 제고하는 기회로 삼는 경향이 있지만 벤처업계의 찬바람속에서 D기업의 광고 홍보 전략은 경쟁사들의 시기를 받기엔 충분하다는게 주변의 평가다.

이처럼 불황기에도 "예외"는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벤처업계에서는 이같은 현상이 갈수록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벤처기업들중 90%는 망하지만 나머지 10%는 고도성장을 구가할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벤처캐피탈회사인 인터베스트의 우충희 이사는 "불경기속에서 망하는 기업과 흥하는 벤처간의 구분이 요즘들어 서서히 드러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찬바람속에서 호황을 누리는 "잘나가는 벤처"들에 자금과 기술력이 더 집중될 것으로 진단했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