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끈질긴 승부근성에 놀랐다"

중국 CDMA(부호분할다중접속) 사업자인 연합통신(聯合通信)의 한 중국 친구는 25일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그렇게 말했다.

삼성전자가 중국 4개 ''황금지역''의 CDMA 사업권을 따낸 것을 두고 한 말이다.

그의 설명은 이랬다.

중국의 CDMA사업자 결정은 정치적 요인이 많이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CDMA 도입 정책 자체가 미국의 ''압력''에 따라 이뤄진 면이 많았기 때문이다.

삼성은 잘해야 내륙 1∼2개 지역을 따낼 것이란게 연합통신 내부 분위기였단다.

그러나 수시로 드나드는 한국의 대통령 특사, 주도면밀한 삼성의 밀착 로비, 끊임없는 기술설득 등이 어우러져 수익성이 뛰어난 지역 4곳을 거머쥐었다는 얘기다.

연합통신 친구는 "입찰심사 과정에서 삼성이 중국 통신시장을 가장 잘 이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무슨 이유냐는 질문에 "상생(相生)의 원칙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단순히 돈벌어가겠다는 데서 벗어나 중국 통신사업 발전을 도와주면서 그 과실을 나누겠다는 전략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중국 CDMA 시장을 열기 전 중국에 많은걸 베풀었다.

상하이(上海) CDMA 시범사업은 ''돈 안되는 사업''인줄 알면서도 뛰어들었다.

통신기술연구소를 베이징(北京)에 설립, 기술전수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통신관련 전람회나 세미나에 대규모로 참여했다.

그러는 사이 중국 통신시장 비즈니스 노하우가 축적된 것이다.

베이징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의 ''중국 통신시장 읽기''가 가능했던 건 현지 책임자를 믿고 밀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번 CDMA 입찰을 총괄한 삼성전자 베이징지점 배승한 부장의 경우 93년 중국에 들어와 8년동안 통신시장만을 연구했다.

뚜렷한 실적이 없어도 교체되지 않았다.

그는 "중국은 기술을 이전하지 않는 기업에는 절대 사업권을 주지 않는다"며 "이는 모든 중국 비즈니스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중국에 ''함께 살아가는 길''을 제시해야 비즈니스 기회가 열린다.

그게 바로 우리나라 CDMA 기술의 만리장성 넘기 과정에서 얻은 교훈이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