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중동사태에 소극적 자세를 취해온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개입에 나섰다.

미국은 지난 18일 이스라엘측에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인 가자로부터 즉각 군대를 철수시키라고 요청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이스라엘의 공격을 ''과도하고 부적절한'' 행동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하지만 그는 이스라엘을 의식, 팔레스타인측의 폭력이 이같은 비극을 불러왔다고 말했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팔레스타인을 편드는 듯한 미국측의 입장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샤론 총리는 "파월 장관이 이같은 입장을 전달하기전에 이미 철군을 명령했다"고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팔레스타인측은 미국의 압력으로 이스라엘이 철수하자 만족해하는 표정이다.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수반의 보좌관인 아메드 압둘 라흐만은 "미국은 이제 (중동문제에) 자국이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최근 격돌은 지난 16일 밤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레바논에 위치한 시리아의 레이더 기지를 공습함으로써 시작됐다.

이슬람교 시아파 무장세력인 헤즈볼라가 국경에 주둔하고 있던 이스라엘군을 선제공격한데 따른 보복성격이 짙었다.

이번 싸움에서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군대와 경찰이 주둔하고 있는 가자지구를 집중 공격했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영토까지 진입한 것은 1994년 팔레스타인에 제한적 자치권이 주어진 이후 처음이다.

이스라엘 국민의 대(對)팔레스타인 대응은 강경 일변도다.

이들은 정부와 군대에 팔레스타인에 대한 공격을 늦추지 말라고 외치고 있다.

온건파인 노동당 역시 샤론 총리의 공격명령을 환영했다.

이스라엘 내에서 샤론 총리에 대한 지지는 절대적이다.

요르단이나 이집트 등 주변국의 역할은 축소됐다.

이스라엘내 온건파는 수동적이며 힘이 미약하다.

이 모든 것이 중동의 암운을 더욱 짙게 만드는 요소들이다.

중동지역의 불안은 흔들리는 세계경제에도 큰 복병이다.

유가상승으로 경제의 발목을 잡을 뿐더러 주변국과 강대국간의 긴장을 고조시킬 우려도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미국정부는 적극적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중동지역의 평화정착을 이끌어 내야 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측의 온건파에 힘을 실어줘 양측이 협상창구로 발길을 돌릴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샤론 총리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동에 평화가 무기한 보장되는 대가로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영토를 42%정도 내주겠다"고 천명했다.

협상에 따라서는 좀더 양보할 뜻이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무기한 평화''에 대해서는 "솔직히 가능할 것 같지 않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아라파트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수반은 조만간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회담을 갖는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번 회담이 시리아와의 불협화음을 종식시켜 ''반이스라엘''을 위한 아랍전선을 구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하마스나 지하드 등 이슬람 무장단체들이 헤즈볼라와 교류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라파트는 다시 한번 양손에 ''올리브 가지''(평화)와 ''총''(전쟁)을 쥐게 됐다.

그는 자신의 이같은 처지가 샤론 총리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미국에 분명히 전달하고 있다.

다만 아라파트가 먼저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게 다를 뿐이다.

중동평화에는 미국의 신속하고 현명한 대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리=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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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4월21일자)에 실린 ''희망없는 가자(Hopeless in Gaza)''라는 기사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