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이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과의 마늘분쟁으로 PE(폴리에틸렌) 수출에 비상이 걸렸고 해외업체들의 증설바람으로 공급경쟁이 치열해지는데다 테레프탈산(TPA)공장 증설을 놓고 국내업체간 "내홍"까지 겹쳤다.

이에따라 석유화학공업협회를 비롯한 유화업체들은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중 가장 심각한 것은 마늘분쟁여파.

현재 수출이 전면 중단된 상태는 아니나 중국의 수입지연 등으로 공급에 애로를 겪고 있다.

유화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중국에 5억7천만달러어치를 내보낸 PE(유화제품 전체로는 46억달러) 수출이 중단될 경우 국내 PE공장에선 26%의 감산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파장이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PE 원료를 생산하는 나프타 분해공장의 가동률도 18% 떨어지게 되고 덩달아 에틸렌 등 기초유분과 여타 유화제품의 생산이 줄어드는 등 국내 유화산업이 전반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해외업체들의 신·증설로 공급경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2년전까지만 해도 한국 유화업체들이 중국시장을 주도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특히 지난해까지는 PE와 PP(폴리프로필렌)의 순수입국이었던 대만이 포모사그룹의 에틸렌공장 증설(연산 90만t) 등으로 순수출국으로 탈바꿈했다.

대만의 수출시장이 중국과 동남아 등지로 한국의 주력시장과 겹쳐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또 오는 5월 엑슨모빌에서 증설한 연산 80만t 규모의 싱가포르공장이 가동되는데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에서의 중국진출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처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품가격은 떨어지고 원화환율 상승으로 나프타 등의 원재료 도입비용은 늘어나 국내 유화업체들의 수익성마저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형편에 국내 증설문제를 놓고도 해당업체간 이해관계가 팽팽히 맞선 상황이다.

삼남석유화학이 40만t 규모의 TPA 공장증설을 추진하자 삼성석유화학 등 여타 업체들이 공급과잉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이달말께 증설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인 삼남측에서도 향후 TPA시장 전망이 밝다는 점을 내세워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을 태세다.

LG경제연구원의 화학담당 홍정기 연구위원은 "국내 유화업체들이 ''3재(災)국면''을 타개해 나가기 위해선 범용수지 분야의 대형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장기적으로는 시장다변화와 특화제품 생산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