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세요.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움직일 수가 없어요"

"여보세요.지금 어디세요"

"......"

긴급구조센터에는 심심찮게 이런 유형의 전화가 걸려온다.

도중에 전화가 끊기는 바람에 사고지점을 찾을 수 없어 구조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유선전화라면 발신자 전화번호를 알 수 있어 이 번호로 주소를 추적해 구조대를 급파할 수 있다.

그러나 이동전화일 경우엔 대책이 없다.

통화시간이 길지 않으면 발신지를 추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곧 나온다.

미국은 오는 10월부터 긴급구조센터(911,한국의 119)에 걸려온 휴대폰의 발신지를 자동으로 파악하게 해주는 서비스(E-911)를 도입한다.

지난 96년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모든 이동통신사업자에 E-911 서비스를 금년 10월1일부터 제공하라고 시달한데 따른 것이다.

이동전화 사업자들은 현재 위치확인기술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 기술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차량항법시스템 등에서 널리 쓰이는 위성위치추적시스템(GPS)을 활용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3개의 이동통신 기지국에서 발신자의 전파를 측정,위치를 알아내는 삼각측량방식이다.

전자는 텔리비게이션 등이,후자는 US와이어리스 등이 개발했다.

GPS방식은 정확도는 높은 반면 휴대폰에 GPS 칩을 장착해야 하고 삼각측량방식은 휴대폰을 활용할 수 있어 추가비용이 들지 않지만 정확성이 다소 떨어지는 것이 단점이다.

반면 삼각측량방식의 경우 각각 1백m와 3백m로 오차 범위를 상대적으로 넓게 허용하고 있다.

FCC는 또 2005년말까지 95%의 휴대폰에 자동위치확인 기능을 갖추도록 했다.

그런데 AT&T와이어리스,넥스텔커뮤니케이션,보이스스트림와이어리스 등 일부 이동전화 사업자들은 서비스 의무화 시기를 늦춰달라고 FCC에 요청했다.

어떤 기술을 사용할지 결정하고 GPS칩을 개발하는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

AT&T와이어리스의 경우 내년 3월부터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말하고 넥스텔은 최소한 1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FCC는 현재로서는 ''연기 불가'' 입장을 보이고 있다.

FCC의 짐 쉴리칭씨는 "서비스 연기는 어려우며 시한을 맞추지 못하는 회사는 벌금을 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응급구조 전문가들은 이동전화사업자들의 서비스 연기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에서 휴대폰으로 응급구조요청을 하는 전화가 하루 4천5백여통에 달하고 어떤 지역에서는 응급전화센터에 걸려오는 전화의 50∼70%가 이동전화를 이용한다는 점을 들어 이 서비스가 생명 구조에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선택이 관심거리다.

정건수 특파원 ks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