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금융및 서민금융의 위축은 "대형화, 국제기준화"를 지상과제로 추구해온 정부의 금융구조조정 정책이 가져온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을 수 있다.

대형은행들은 수조원의 적자를 내더라도 공적자금을 투입받아 살아남은 반면 지방및 서민금융회사들은 속속 문을 닫았다.

지역 중소기업이나 서민들이 주로 거래해온 금융회사가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이같은 일방적 금융구조조정 정책은 서민들을 상대로 고금리 착취를 하거나 사기를 치는 유사금융기관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게 만든 기본 토양을 만들었다는게 금융계의 평가다.

◇ 대형화만 추구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의 금융구조조정 과정을 쫓아가면 ''대형화''란 커다란 깃발만 볼 수 있다.

동남 대동 동화은행은 예외이지만 부실상태가 심각했던 시중은행들 중 문을 닫은 곳은 없다.

제일은행은 15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 부실을 다 털어주고 뉴브리지캐피털에 5천억원에 넘겼다.

6조4천억원가량의 공적자금이 들어간 서울은행도 아직 해외매각을 추진중이다.

한일과 상업은행은 서로 합쳐 한빛은행으로 재출범했지만 이달부터 우리금융지주회사의 멤버로 들어가고 말았다.

이후에도 대우그룹 사태 등으로 은행이 다시 부실화되자 정부는 증자에 참여하거나 후순위채 매입을 통해 지원해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시 이들 은행의 파산은 국가경제에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었다"고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같은 대형 시중은행에 비해 지역에 기반을 둔 은행들은 정부의 보호막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외환위기 이후 동화(이북5도민) 동남(부산) 대동(대구) 충청 경기 강원 충북은행이 문을 닫았다.

한때 13개에 달했던 지방은행은 현재 6개로 줄었다.

정부지원 대상으로 고려조차 되지 않았던 상호신용금고 등은 가을바람 앞의 낙엽처럼 쓰러져 갔다.

97년말 2백31개이던 전국의 상호신용금고는 지난 3월말 1백40개로 감소했다.

◇ 획일적 기준 =지난해 정부로부터 공적자금을 받아 우리금융지주회사에 편입된 광주 경남 평화은행.

지방과 근로자중심 금융회사인 이들은 독자생존을 모색했으나 BIS(국제결제은행) 비율 8%라는 ''장애물''에 걸려 독자생존이 무산됐다.

하지만 8%의 기준은 국제금융을 하는 은행들에 필요한 최소기준으로 제시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국제금융분야를 하지 않는 이들 은행에는 사실상 의미가 없는 기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8%를 맞추지 못하는 은행은 ''부실은행''으로 낙인찍고 가차없이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올해부터 시행된 예금부분보장제도 정부의 획일적 기준이 적용된 사례로 들 수 있다.

금융회사가 파산할 경우 1인당 5천만원까지만 보장해 주는 이 제도는 지난 한햇동안 지역 금융회사들의 목을 죄는 올가미 역할을 했다.

당초 1인당 2천만원까지만 보장하겠다던 정부 방침은 서민금융기관의 위축을 우려, 지난해말 5천만원으로 상향조정되긴 했다.

그러나 이미 이들 서민금융회사에서 빠져 나갈 돈은 다 빠져 나간 뒤였다.

지방 금융회사 관계자는 "예금부분보장제 시행으로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결국 서민금융회사의 존립기반만 흔들어 놓았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