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빈 토플러 < 미래학자 >

자동차가 등장하기 훨씬 전인 19세기에 환경보호자들이 우려한 것은 대기가 아니라 거리였다.

사람들은 마차를 끄는 말들의 분비물이 거리를 더럽히고 있다고 걱정했다.

일부 예측론자들은 마차가 급증하면서 도시지역이 말들의 분비물로 넘쳐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대해 기술적 진보를 믿는 낙관론자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걱정할 것 없어. 그때쯤이면 초미니의 말들이 개발될 걸"

물론 사실이 아닌 이 얘기는 예측론자들의 실패에 기반을 둔 모든 얘깃거리의 전형을 보여준다.

요즘은 ''큰 수''(Big numbers)가 득세하고 있는 시기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정치권과 언론매체들이 최근 몇달동안 연방정부의 재정흑자로 무엇을 할 것인가 토론하고 있다.

정치인들이 현재 논의하는 예산잉여금의 예상규모는 2010년까지 약 5조6천억달러다.

이는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1천달러씩 돌아가는 액수다.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예산잉여금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르지만 이 수치를 받아들인다.

그러나 이 전망이 과연 유효할까.

이 규모에 도달하려면 연간 평균 5천6백억달러의 흑자를 내야 한다.

유엔(UN)은 최근 오는 2050년 세계 인구수가 93억명에 달할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2년전 전망치(89억명)에 비해 4억명이나 늘었다.

과연 지난 2년 사이에 세계인구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에 그만큼의 변화가 있었을까.

5년전 유엔은 세계 인구 증가율이 떨어지고 있다며 곧 세계 인구가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 발표했다.

통계에 능통한 한 과학자는 어떤 통계치가 사실로 여기기엔 너무 긍정적이거나 납득할 수 없다면 그것을 믿지 말라고 강조한다.

우리는 왜 향후 10년간 미국 재정흑자규모나 50년후의 세계인구수와 같은 장기간에 걸친 예측을 신뢰하지 못하는가.

우선 그런 예측을 하기 위해 요구되는 작업이 극도로 어렵다.

예측에 참여하는 전문가들은 매우 영리하고 뛰어나야 한다.

게다가 1백% 정확한 예측은 꿈에 불과하다.

우리는 때로 기계같이 규칙적이고 예측 가능한 세계에서 살지만 삶의 많은 부분은 우연이나 운에 의해 결정된다.

또 전국적이거나 전세계적인 ''메가 예측치''를 의심하게 하는 많은 이유들이 있다.

첫째, 대부분의 전망치들은 과거에서 미래까지 직선적으로 증가한다는 선형적인 사고에 기반하고 있다.

지난해와 그 전해에 2% 성장했다면 올해도 2% 늘어날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상황이 비선형적으로 진행되는 혁명적인 변화를 맞으면 이들 수치는 아무런 의미도 없게 된다.

둘째, 대부분의 연구원들은 그들 자신의 학문세계에서 벗어난 중요한 변수들, 예를 들어 비약적인 기술적 진보나 발명들을 간과한다.

셋째, 다양한 힘과 사건의 결합으로 이뤄지는 비약적인 진보나 변화를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메가 예측치''들이 정치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 정계에서 실제로 향후 10년간 재정흑자규모가 5조6천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수치는 객관적인 예측이라기보다 정치적인 무기다.

인구나 지구온난화 궁핍 교육 등 점점 더 정치화되는 영역들의 예측치들은 선거구에 따라 득이 되거나 해가 된다.

사회적이거나 경제적인, 인구학적이거나 정치적인 메가 예측치에 접근할 때는 그 수치가 어떻게 산출됐는지, 무엇을 빠뜨렸는지, 누구에게 이익이 돌아가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

특히 갓 나온 메가 예측치에 기반해 중대한 공공정책이 결정될 경우 적어도 이들 질문에 대한 답변이 반드시 제시돼야 한다.

정리=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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