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北京) 중심부 유명 전자상가인 바이나오휘(百腦匯)는 요즘 신학기를 맞아 컴퓨터를 들여 놓으려는 고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는 손님과 하나라도 더 팔고자 하는 점원들간 의 승강이로 시끌벅적하다.

매장에는 컴퓨터 및 부품, 스캐너, 프린터 등 정보기술 제품들이 수북히 쌓여 있다.

용산전자상가와 다르지 않은 풍경이다.

정보기기가 다양해지면서 바이나오휘를 찾는 소비자들의 정보기기 구매성향도 바뀌고 있다.

국무원(정부) 산하기관인 중국전자정보발전연구원(CCID)이 최근 발표한 "2000년 중국 정보기술(IT) 상품 소비행위조사 보고서"는 이를 잘 보여준다.

이 보고서는 "중국 정보기술 제품 소비패턴이 기존 귀족형에서 대중형으로 발전하는 등 선진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소비 대중화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컴퓨터 핸드폰 등은 부유층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제품의 가격인하 및 소득수준 향상으로 IT제품이 중산층으로 확산되고 있다.

작년 여름 등장한 인터넷PC가 소비 저변확대의 기폭제였다.

또 TCL 콩카 등 가전업체들이 컴퓨터 시장에 뛰어든 것도 컴퓨터 대중화를 앞당겼다.

도시지역 월평균 수입 1천위안(1위안=약 1백55원) 정도의 가구중 1년 이내에 컴퓨터를 구매할 의향이 있는 가구는 약 48.5%에 달했다.

핸드폰 사용자중 월평균 2천위안 이하 소득자는 77%에 달했다.

<> 시장 확산 =지역적으로는 중소도시가 새로운 소비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DVD의 경우 청두(成都) 우한(武漢) 시안(西安) 등 지방 거점도시의 가정 보급률은 13.6~21.5%에 달했다.

베이징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등 대도시 보급률과 큰 차이가 없다.

이는 정보화가 지방 거점도시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산업별로는 중소기업 교육 증권 등의 분야가 주목받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재무관리 분야에서 컴퓨터 수요가 늘고 있다.

교육분야는 정부의 정보화정책 지원으로, 증권은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주식거래가 수요 창출의 원동력이었다.

<> 브랜드 인지도의 등장 =단순히 기능만을 보고 제품을 찾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브랜드이미지 부가서비스 디자인 등이 어우러져야 잘 팔린다.

특히 PC 핸드폰 DVD 등의 제품은 브랜드 이미지가 가장 큰 구매요인으로 조사됐다.

이는 신규업체가 정보기기 시장에 진입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품 재선택 비율(다시 제품을 살 경우 현재 브랜드를 다시 사용하는 비율)을 제품별로 보면 가정용 데스크톱PC 74.2%, 노트북PC 39.1%, 핸드폰 43.7% 등으로 나타났다.

<> 가격경쟁 심화 =컴퓨터 모니터 통신기기 소프트웨어 등 거의 모든 IT분야에서 가격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2-3년간 중국 IT시장이 급성장하자 국내외 많은 업체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컴퓨터 관련시장의 경우 이같은 가격전쟁 영향으로 판매량은 30%이상 증가했으나 판매액은 10% 증가 선에서 머물렀다.

가격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국 IT업계는 경쟁력 있는 기업 위주로 재편될 움직임이다.

<> 중국 IT시장의 문제점 =고가제품과 저가제품으로 양분돼 있어 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다.

많은 정보기기들은 중산층 소비자들이 사기에 아직도 부담되는 가격이다.

또 광고 수단이 전통매체에 한정돼 있어 소비자가 정보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일부 메이커나 유통업자들은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가격 또는 품질 경쟁보다는 상품권 추첨, 경품증정 등에 의존하고 있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