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 < 서울대 통계학 교수.자연과학대학장 >

21세기는 지식에 의한 과학기술혁명이 주도하는 사회로서 지식이 가장 큰 힘이라고 한다.

과거 공업화사회에서는 자본과 노동에 의한 제품생산이 경제활동의 주요소였으나, 21세기는 지식과 과학기술혁신에 의한 고부가가치 창출이 경제활동의 주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지식과 과학기술혁신은 근본적으로 기초과학의 열매에서 온다.

기초연구란 ''어떤 사물에 대한 새로운 기초지식을 획득하거나, 이미 획득한 지식을 갖고 새로운 것을 고안하기 위해 체계적 방법으로 수행되는 기초적인 창조활동''이다.

오늘날 과학기술은 다양화 복합화를 통해 새로운 영역과 지식을 창출하는 형태로 급격히 변모하고 있다.

기초과학에 의한 새로운 지식의 발견으로부터 실용화 단계까지의 시간은 현격히 단축되고 있다.

예를 들면, 생명과학과 같은 특정분야 기초연구는 실험결과의 도출과 더불어 곧바로 실용화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기초과학의 진보는 기술 혁신을 가속화시키고, 기술적 혁신의 성과가 다시 기초과학연구를 촉진시키는 등 과학기술의 발전 사이클이 상승작용을 하면서 힘차게 돌아가게 된다.

따라서 21세기는 지식역량을 키우는 기초과학이 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지식기반 사회에서는 기초과학이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다.

과학기술 연구활동은 기초연구 응용연구 개발연구등 3단계로 구분하고 있으나, 그 범위가 단축되고 융합돼 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기초연구를 주로 수행하는 자연과학대학(또는 이과대학)도 응용연구나 개발연구를 주로 하는 공대 약대 농대나 연구소 등과 협동연구 공동연구 등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기초연구는 어떤 대상이 되는 과학적 원리나 현상에 대한 이해를 발전시키는 과정으로서 미래 개발의 근원을 창출하는 연구활동이다.

나무에 비유하면 뿌리에 해당한다.

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이 아무리 거세도 쓰러지지 않는다.

기초연구가 튼튼한 나라는 뿌리가 깊어 바로 설 수 있으며, 국가경쟁력의 근원이 된다.

이것이 바로 기초과학의 보이지 않는 막강한 힘이다.

기초과학연구는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도 크게 기여한다.

DNA 구조연구를 통해 유전자 특성이 규명되면 유전자 조작기술이 개발될 것이다.

이는 동식물 개량 등 녹색혁명이나 의학혁명이 가능해져서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해 줄 것이다.

초전도 현상연구를 통해 자기부상원리가 규명되면 자기부상열차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교통혁명을 유발해 편리한 세상이 될 것이다.

셀룰로오스의 연구는 고분자 물질의 구조를 규명할 수 있으며, 이는 플라스틱과 합성섬유 개발의 길을 열고,물질혁명으로 연결돼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것이다.

복잡계 통계데이터의 분석이론 연구를 통해 다량 데이터의 정보화가 가능해지면 기업의 고객관리에 혁신을 초래할 것이며, 이는 소비자의 삶의 질 향상으로 연결될 것이다.

우리 조상들의 과학적 사고, 과학적 지혜는 매우 뛰어난 것이었다.

삼국시대로부터 고려시대에 이르기까지 천문역산학, 금속활자 인쇄,고려청자, 화약.화포 등은 과학기술에 대한 우리 조상들의 높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조선의 세종 시대는 측우기 자격루(물시계) 등으로 우리의 과학기술역량이 절정기에 도달한 시기다.

이러한 결과는 세종대왕이 기초과학연구에 대한 열정을 갖고 과학자들이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준 결과다.

그러나 조선시대 후반에 오면서 사농공상의 유교사상으로 인한 과학기술자의 천시풍토로 과학기술 발전을 정체시켰다.

21세기를 ''지식을 바탕으로 하는 정보화사회''라고도 말한다.

이는 컴퓨터 인터넷 전자통신 등에 의해 사회가 변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화사회를 이끌어 가는 각종 소프트웨어는 수학적 통계적인 사고에 의해 작성된다.

따라서 수학과 통계학도 21세기에는 과거보다 더 큰 역할을 하리라 예상된다.

기초과학연구는 국가경쟁력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국가와 국민은 기초과학의 발전을 성원해야 하고, 기초과학연구자들은 자부심과 사명감을 갖고 연구활동에 최선을 다해 성과를 보여야 한다.

parksh@plaza.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