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쩍 고조되고 있는 외환위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그동안 논의가 이뤄져 왔던 ''안정화 방안''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위기를 체감적으로 느끼고 있는 동남아 국가들은 인접국가와의 외자융통계획인 통화스와프 협정체결을 서두르고 있다.

정도차이는 있으나 한국도 위기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인접국가와의 공동대처방안과 자체적인 위기방어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고심중이다.

97년 아시아 위기 이후 다양한 위기방지 방안들이 논의돼 왔다.

세계적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을 대신해 세계금융기구(WFA)를 창설하자는 안이 제시됐다. 동시에 회원국들의 쿼터증액을 통해 IMF의 기능을 강화하자는 안도 검토됐다.

국제통화제도에 있어서는 각국의 통화를 미 달러화로 대체하자는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tion)과 결제통화를 없애 버리자는 대안경제론(代案經濟論),환율운용에 있어서 관련국의 경제여건을 감안해 결정된 중심환율에 상하변동폭을 설정하자는 목표환율대(target zone)도 논의돼 왔다.

아시아 지역 차원에서는 가장 심도있게 거론돼 왔던 방안이 아시아 각국간 외자융통계획인 통화스와프 협정이었다.

이 협정을 맺을 경우 언제든지 제2선 자금을 사용할 수 있어 부족한 외화유동성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아시아통화기금(AMF)을 만들자는 방안도 검토돼 왔다.

이 밖에 공동화폐 도입과 외환위기 방지를 상시적으로 협의할 수 있는 금융안정포럼(FSF)을 설립하는 방안들도 논의돼 왔다.

문제는 외환위기 재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어느 하나 구체화된 것이 없다는 점이다.

특히 위기재발 가능성이 높은 아시아 지역 내에서조차 위기방지 방안이 구체화되지 못한 것은 미국의 견제에다 아시아 주도권 문제를 놓고 중국과 일본이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균형자(balancer) 위치에 있는 한국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탓도 크다.

이는 결국 위기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개별국가 차원에서 위기방어능력을 확보하는 길만이 근본적인 해결방안임을 시사해 준다.

한국은 어떤가.

보는 시각에 따라 달리 평가할 수 있으나 현재 한국의 단기외채와 외국인 포트폴리오 자금규모를 감안하면 이미 확보된 외환보유고는 일시적으로 외화부족 사태에 몰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규모라고 판단된다.

그러나 지난 주처럼 원화 환율이 급등할 때마다 외환보유고를 동원해 수시로 개입하다 보면 외환위기 대처능력이 한 순간에 떨어질 수 있다.

위기를 겪었던 많은 나라들의 경험이다.

따라서 외환당국의 자의성(恣意性)을 줄이고 시장기능을 활성화한다는 차원에서 차제에 외환시장 개입준칙(intervention rule)을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좀더 연구가 진행돼야 하겠지만 현재 외환시장 여건상 일주일간 환율이 4~6% 급등락하면 자동적으로 당국의 개입이 이뤄져 환투기 세력을 방지하는 방안이 바람직해 보인다.

구조조정을 통해 외환시장의 주변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돼야 위기를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