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이 부지런히 꽃망울을 터뜨리는 4월,패션계도 분주하다.

10일 서울컬렉션을 시작으로 SFAA 등 대형 패션쇼가 연달아 열리기 때문이다.

패션쇼의 꽃은 뭐니뭐니 해도 모델.

우아한 캣워크(고양이 걸음)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모델도 유행과 흐름을 같이한다.

화려하고 몸매를 강조하는 옷이 인기있었던 80년대 후반 모델의 조건은 상당히 까다로웠다.

1백90㎝내외의 큰 키,긴 팔과 다리,큰 가슴과 가는 허리는 필수 조건.

여기에 아름다운 얼굴을 겸비해야 톱모델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이 시대의 모델들이 ''슈퍼모델''이라고 불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나오미 캠벨, 크리스티 터링턴, 린다 에반젤리스타 등 슈퍼모델 3총사는 할리우드 스타 못지 않은 명성을 누렸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민윤경 조명숙 이복영 등이 우아한 매너와 멋진 몸매로 무대를 주름잡았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장식을 최대한 절제하고 단순미를 추구하는 미니멀리즘 바람이 불면서 모델계도 큰 변화를 겪는다.

미니멀리즘 스타일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여신처럼 완벽한 신체조건을 가진 모델이 아니었다.

디자이너들은 키작고 바짝 마른 소녀풍이나 몸에 굴곡이 없는 중성스타일을 선호했다.

얼굴도 전형적인 미인보다는 개성 강한 쪽이 환영받았다.

케이트 모스가 대표적인 예다.

국내에서도 정재경 김지연 등 ''ET과''모델이 각광받았다.

쭉 찢어진 눈,절벽 가슴 등 결코 예쁘지는 않지만 독특한 매력을 내세워 인기를 모았다.

80년대 복고풍이 한창인 지금 모델도 다시 글래머스타일이 뜨고 있다.

해외에서는 지젤 번천, 카르멘 카스,국내에서는 박둘선 장경란 등 관능적인 매력을 앞세운 모델들이 패션잡지의 표지와 화보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이제 한물 갔다며 외면당했던 나오미 캠벨 등도 복고풍 패션과 함께 부활했다.

또 오리엔탈리즘의 강세와 함께 아시아계 모델들이 주목받고 있다.

샤넬의 모델로 활약중인 일본계 데본 아오키,중국인 링탄 등 아시아 모델스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아쉽게도 한국출신은 찾아볼 수 없는 상태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신세대 모델들의 몸매나 워킹실력 등이 국제무대에 내놓아도 전혀 손색없다"며 "전망은 어둡지 않다"고 말한다.

국내 디자이너의 성공적인 세계 무대 진출과 함께 한국출신 슈퍼모델의 탄생을 기대해본다.

s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