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경 < 현대택배 사장 hkchoi@hyundaiexpress.com >

얼마전 백화점 식당가의 한 칼국수집에 점심을 먹으러 간 일이 있다.

주문을 하고 식사가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식당의 한 쪽이 약간 소란스러워졌다.

대학생 또래로 보이는 한 여성이 음식점 직원의 불친절 때문에 식당 사장과의 면담을 요청하고 있었다.

조금 후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아주머니 한 분이 그 테이블로 가서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렇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에게는 고객이 불만을 토로하는 순간만큼 당황스러울 때가 없는 법이다.

내가 택배회사의 사장직을 맡은 지 6개월이 지났건만 그 첫 날부터 지금까지 매일 매일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느낌이다.

3천여명이나 되는 현장의 영업사원들에게 일일이 서비스 마인드를 심어주기가 어렵게만 느껴졌다.

고객들의 불만은 인터넷이나 전화를 통해 매일매일 쉬지 않고 쏟아져 나온다.

사람들은 누구나 대접받고 존중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에 어쩌면 존중받기를 원하는 개개인 스스로가 최고의 서비스맨 자질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치에 서면 긴장을 하는 탓도 아닐 텐데 유난히 얼굴이 굳어지고 마음도 여유가 없어지는 것 같다.

나도 만나는 사람들에게 서비스맨의 입장에서 행동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해 전화로 항의하는 고객에게 "죄송합니다.시정하겠습니다"라고 사과하면서도 가끔씩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회의가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최고의 서비스맨이 되고 싶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의 입장이기 때문도 아니고 우리 회사 식구들에게 본보기를 보이기 위함도 아니다.

6개월 동안의 경험이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고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서도 많은 힌트를 주었다.

진심을 담은 친절한 미소와 행동은 상대방의 마음을 열게 하는 뛰어난 처방전이라는 걸 깨달았다.

"당신이 현대택배 사장님 맞습니까?" 나 자신이 서비스맨이 되기로 결심한 이후에 고객들로부터 종종 듣는 질문이다.

이런 질문을 들을 때면 기분이 한결 더 좋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