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T-2000(차세대 영상이동통신)에 관한 정부의 정책이 전면적으로 재검토된다.

양승택 신임 정보통신부장관은 26일 저녁 첫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폭탄선언을 했다.

동기식 사업자에 대해서는 출연금을 대폭 깎아주는 방안과 제3의 사업자에게 비동기식을 허용하는 방안을 모두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 장관의 발언은 토론과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확정되겠지만 IMT-2000 판도에 큰 변화를 예고한다.

◇동기식 사업자 출연금 삭감=출연금 삭감 여부는 정통부가 가장 고심했던 문제다.

우리나라가 경쟁우위를 점하는 동기식 이동통신산업을 키우려면 동기식 사업자를 선정해야 하고 동기식 사업자를 선정하려면 이익을 낼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

하나로통신 주도의 동기식 컨소시엄은 이미 1조원이 넘는 출연금을 대폭 깎아달라고 정통부에 요청했다.

문제는 형평성이다.

정통부는 그동안 한국통신 SK텔레콤 등 비동기식 사업자들한테 1조원이 넘는 출연금을 받기로 한 마당에 동기식 사업자 출연금을 대폭 삭감해주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고 자칫 세계무역기구(WTO)로부터 제소를 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동기식 옹호론자인 신임 양 장관은 취임 첫날 새로운 대응논리를 내놓았다.

비동기식 사업자들에겐 추가로 출연금을 받지 않고도 CDMA-1X나 CDMA-1X EV-DO 등 동기식 IMT-2000 초기단계 서비스를 하도록 허용했기 때문에 동기식 사업자가 1조원이 넘는 출연금을 내는 것이 오히려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 논리가 설득력을 발휘할 경우 동기식 사업자 선정은 의외로 쉽게 해결될 수 있다.

LG텔레콤은 출연금을 PCS 사업자 선정때와 같은 2천2백억원 수준으로 낮춰주면 동기식 컨소시엄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또 외국 통신사업자는 LG텔레콤을 비롯한 대기업이 참여한다면 컨소시엄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제3의 사업자에 비동기식 허용=강력한 동기식 컨소시엄 구성이 무산될 경우에 대비한 방안이다.

정부의 방침대로 통신 시장을 3개 사업자군으로 재편하려면 제3의 IMT-2000 사업자가 등장해야 한다.

만약 동기식으로 제3의 사업자가 나오지 않으면 비동기식을 허용하는 최후의 수단을 써서라도 3자 경쟁구도를 만들겠다는 것이 양 장관의 생각이다.

이 방안이 채택되면 작년말 비동기식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했던 LG텔레콤이 다시 비동기식에 재도전할 기회가 생긴다.

문제는 여론이다.

출연금을 삭감해서라도 동기식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할지,제3의 사업자에게 비동기식을 허용하자는 여론이 우세할지 관심거리다.

김광현 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