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소설가 슈테판 츠바이크(사진)는 ‘문학계의 심리학자’로 불린다. 인간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미세한 떨림을 정교하게 포착해내는 데 탁월했기 때문이다. 전기와 중편소설을 중심으로 한 그의 작품들은 인물의 선택과 감정이 어떤 순간에 어떻게 뒤틀리는지를 보여준다.츠바이크는 1881년 오스트리아 빈의 부유한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빈대에서 철학을 공부한 뒤 문단에 등장한 그는 일찍부터 유럽 전역에서 명성을 얻었다. 대표작인 <감정의 혼란>은 스승과 제자 사이의 긴장과 동경, 금지된 감정이 뒤엉키는 과정을 그려낸다. <초조한 마음>은 그의 유일한 장편소설로 연민이 불러일으킨 비극을 묘사한다.츠바이크의 삶은 점점 어두워졌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자원입대해 국방부에서 근무하며 전쟁의 광기를 가까이에서 목격했다. 1938년 아돌프 히틀러가 권력을 장악하면서 유대인인 그는 고향을 떠나야 했다. 영국 런던을 거쳐 브라질에 정착했다. 망명지에서의 상실감은 점차 깊어졌다. 결국 1942년 그는 아내와 함께 생을 마감했다.최근 그의 작품이 다시 무대와 출판을 통해 한국과 연결되고 있다. <감정의 혼란>을 원작으로 한 연극 ‘운베난트’가 대학로에서 공연되고 있다. 스코틀랜드 여왕의 삶을 다룬 전기 <메리 스튜어트>도 최근 출간됐다.최한종 기자
‘격변과 억압의 순간을 두려움 없이 마주했다.’올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작들의 공통점은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진 비극을 섬세하게 때로는 담담하게 풀어냈다는 것이다. 노벨 문학상, 공쿠르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불리는 부커상의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작 6편이 31일(현지시간) 발표됐다. 미국·이란 전쟁 등으로 국제 정세의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올해 후보작에는 식민지 지배와 혁명, 전체주의 체제 같은 20세기 세계사 장면을 문학의 렌즈로 다시 비춘 작품들이 다수 포함됐다.부커상이 발표한 최종 후보 6명에는 다니엘 켈만(독일), 마리 은디아예(프랑스), 양솽쯔(대만), 르네 카라바시(불가리아), 시다 바지야르(독일), 아나 파울라 마이아(브라질)가 이름을 올렸다.부커상이 영어로 쓰인 장편소설에 수여하는 상이라면, 인터내셔널 부커상은 영어 외의 언어로 쓰인 작품을 작가와 번역가에게 함께 수여하는 상이다.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출간된 작품만을 대상으로 한다. 이 상은 2016년 한강이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와 함께 수상하며 국내에도 널리 알려졌다.올해 후보작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역사적 격변의 순간을 정면으로 다룬 작품들이 다수 포함됐다는 점이다. 양솽쯔의 <1938 타이완 여행기>(Taiwan Travelogue)는 1930년대 일본 제국주의 지배 아래 놓인 대만을 배경으로 식민지 경험과 언어, 권력의 문제를 섬세하게 풀어낸다. 동아시아 작가 중 유일하게 후보에 올라 수상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24년 미국도서상 번역문학 부문을 수상한 이 작품은 국내에도 번역 출간돼 있다.독일의 거장 다니엘 켈만의 <감독>(The Director)은 영화감독 G.W. 파브스트의 삶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 속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뉴스를 읽고, 어제 검색했던 상품이 광고로 등장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요즘. 편리함을 이유로 우리의 욕망과 선택을 데이터 회사에 맡겨버린건 아닐까.31일 개막한 서울시극단의 연극 ‘빅 마더’(Big Mother)는 바로 이러한 공포를 무대 위로 끌어올렸다. 프랑스 극작가 멜로디 무레의 ‘빅 마더’를 각색한 작품이다. 정치, 미디어, 빅데이터가 결탁한 현대 사회의 구조를 스릴러 형식으로 풀어낸 점이 특징. 투명성을 가장한 통제, 개인 정보 수집과 여론 조작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진실이 작동하는 방식을 다룬다.거대 권력의 음모를 폭로하려는 뉴욕 탐사지 기자 오웬 그린(유성주·조한철), 케이트 블랙웰(최나라), 알렉스 쿡(이강욱·김세환), 줄리아 로빈슨(신윤지) 4명의 사투를 중심으로 극이 진행된다. 대중이 믿고 싶어하는 것이 진실, 조작된 사실이 진실이라는 환경 속에서 기자들은 전통적 저널리즘의 한계를 처절히 경험한다. 과거 조지 오웰이 소설에서 그린 ‘빅브라더’가 공포를 통한 통제였다면 이 작품 속 ‘빅 마더’는 따뜻한 알고리즘의 얼굴을 하고 있다.작품은 60개에 육박하는 짧고 강렬한 씬(Scene)들로 구성된다. 이준우 연출은 프레스콜을 마친 뒤 “미디어 환경과 데이터 시대의 알고리즘을 다루는 희곡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 속도감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무대는 마치 거대한 방송 스튜디오를 연상케 한다. 전면이 투명한 유리와 스크린으로 구성된 무대에서 배우들은 쉴새 없이 움직이며 영화 같은 장면을 만들어 낸다. 90년대 미국에서 제작된 수사물같은 스크린 영상은 보는 재미를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