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별세에 조만간 조의를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정 명예회장이 금강산 관광사업과 개성공단 개발사업 등을 통해 남북협력 사업의 물꼬를 트는데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다.

특히 정 명예회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평양에서 세차례 만나는 등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 명의의 조문이 전달될 가능성도 높다.

북한은 지난 94년 1월 문익환 목사의 사망에 대해 김일성 주석 명의로 ''문 목사의 타계는 조선에 커다란 손실''이란 내용의 조의문을 보낸 적이 있다.

북한은 또 지난 99년 3월 대북사업을 관장하는 현대아산 창립 1주년 기념식과 11월 금강산 관광 1주년 기념행사에 축전과 화환을 보냈다.

때문에 김 위원장 명의의 조의문이 금강산 현대사업소 등을 통해 서울에 전달될 수 있다.

나아가 북측이 조문사절단을 직접 보낼 가능성도 높다.

북한은 지난 94년 김일성 주석 사망시 남한에서 ''조문파동''이 빚어지자 "조문사절단을 파견하는 것은 우리 민족의 전통"이라며 재야인사의 방북을 가로막은 남한 정부를 강력히 비난한 적이 있다.

이와관련, 정부 당국자들은 현대와 협상창구였던 송호경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부위원장이 조문사절로 내려올 것으로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통큰 정치''를 표방하고 있는 김 위원장의 통치 스타일을 감안할때 남북관계를 총괄하는 김용순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 겸 아태위 위원장이 전격 방문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장관급회담 불발로 중단된 남북대화가 재개될 수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조문사절단을 보낼 경우 조문 수준을 넘어 당국자간 대화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