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운동 자택에 마련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빈소에는 22일 아침부터 정·재·관계 고위 인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조문객들은 유족을 위로하고 고인의 영면(永眠)을 기원했다.

현대그룹 계열사에 설치된 분향소에도 숙연한 분위기속에 눈물을 흘리는 임직원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인터넷 공간에도 ''재왕(財王)''의 타계를 아쉬워하는 추모문이 쏟아졌다.

<>…22일 빈소에는 모두 3천5백여명이 문상을 다녀갔다.

김영삼 전두환 전 대통령과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권노갑 민주당 전 최고위원,김옥두 홍사덕 김덕룡 의원 등이 빈소를 찾았다.

이수성 이홍구 이영덕 노신영 황인성 신현확 전 총리도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재계에서는 김각중 전경련 회장,김영수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김재철 한국무역협회 회장 등 경제단체장과 조중훈 한진 명예회장,유상부 포철 회장,신격호 롯데 회장,조석래 효성 회장,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등이 다녀갔다.

관계에서도 박재규 통일부 장관,이정빈 외교통상부 장관,임동원 국가정보원장,안정남 국세청장,김광웅 중앙인사위원장,고건 서울시장 등이 조문했다.

또 일본 게이단렌(經團連)의 도요다 쇼이치로 명예회장과 와다 전무 등 일본측 재계 인사들도 방한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밝혔다.

<>…이날 저녁 7시15분께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이 유족 중 가장 늦게 빈소를 찾았다.

그는 신병 치료차 미국에 체류하다가 비보를 접하고 황급히 귀국했다.

현대차를 형과 함께 일궈왔기에 형에 대한 그의 각별한 애정은 영정 앞 오열로 솟구쳤다.

<>…오후 5시께는 박정희 전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과 동생인 박지만씨도 빈소를 찾았다.

박 의원은 "정 명예회장은 한국경제 발전에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이라며 "조선소를 건설하면서 한국에서 배를 띄울 수 있겠느냐는 외국업체들의 비웃음에 5백원짜리 지폐를 보여주며 수주했다는 일화를 아버지한테서 전해 들었다"고 회고했다.

<>…밤 9시께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진념 재경 부총리,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신국환 산자부 장관,이해찬 민주당 정책위 의장,정몽헌 회장,손병두 전경련 부회장 등 정·관·재계 요인들이 한자리에 앉아 술잔을 나누며 경제현안을 놓고 뜨거운 토론을 벌였다.

진 부총리가 구 회장에게 잔을 건네며 "고생이 많으시죠.경제가 빨리 잘 풀려야 할텐데요"라고 하자 구 회장은 "모두가 열심히 하고 있지 않습니까"라고 말했다.

구 회장은 이후 이남기 이용근 위원장 등과 술잔을 주고 받으며 덕담과 경제를 걱정하는 말을 건넸다.

정 회장도 진 부총리 옆자리에 앉아 신 장관 등에게 차례로 술잔을 권하며 "그동안 어려운 일이 많아 제대로 찾아뵙지 못했습니다"라고 인사했다.

이에 대해 신 장관은 받은 술잔을 건네주며 정 회장의 등을 두드렸다.

이심기.강동균.유영석.정대인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