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장 점유율 1,2위를 다투고 있는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가 차세대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의 표준화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LG필립스LCD가 5세대 LCD기판 표준을 제안하자 삼성전자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대만 LCD업체들이 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리거나 일본 업체와 기술제휴를 하고 있어 한국의 ''LCD 1위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LG필립스LCD 구덕모 부사장은 이날 미국 오스틴에서 열린 ''FPD(평판 디스플레이) 콘퍼런스''에서 5세대 TFT-LCD 원판 규격을 1천㎜x1천2백㎜로 처음 제안했다.

LG측은 이 사이즈의 경우 15인치와 18인치를 각각 12매 9매 만들 수 있고 4세대 라인설비와 호환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측은 현재 시장에서 인기있는 규격은 14,15,17인치라며 이들을 만들 수 있는 1천1백㎜x1천2백50㎜ 원판 라인이 5세대 표준으로 적합하다는 입장이다.

삼성은 LG가 18인치를 주장하고 있으나 18인치보다 17인치가 더 많이 팔리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대만의 1위 TFT-LCD 생산업체인 다치(達碁·ADT)와 5위인 롄유(聯友)는 최근 ''유다광뎬(友達光電)''이라는 회사로 합병했다.

합병회사는 연간 약 2백만대의 LCD를 생산할 수 있어 시장 점유율이 8%선으로 높아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대만업체들은 또 일본의 노트북 제조업체에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으로 노트북을 수출하면서 LCD 기술지원을 받고 있다.

다치-일본IBM,쭝화(CPT·세계시장 점유율 3.3%)-미쓰비시,치메이(CMO·3%)-후지쓰 등으로 ''짝''이 정해져 있을 정도다.

업계는 대만이 세계 PC 및 노트북의 절반 가량을 생산하고 있어 조만간 노트북에 들어가는 TFT-LCD는 전량 대만제품으로 교체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과 생산비용에서 아직 한국이 우위에 있어 단기간에 대만에 추월당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삼성과 LG가 규격 표준화로 생산원가를 절감해 후발업체에 추격당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심기·정지영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