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6개월째인 포항제철이 안팎으로 시달리고 있다.

정부는 아직도 공기업으로 여기는 듯 일만 있으면 포철을 끌어들이려 한다.

현대하이스코와의 핫코일 분쟁도 포철의 이미지에 적지않은 타격을 가했다.

그러다보니 포철의 제품을 사서 쓰는 구매업체들의 시선 역시 전과 같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반덤핑수출 등의 혐의를 잡으려는 미국의 "시비걸기"는 포철을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

민영화된 이후 바람잘 날 없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여기저기서 "시비"를 건다는게 포철맨들의 얘기다.

◇정부가 문제다=민영화가 됐지만 포철에 대한 정부의 미련은 그대로다.

동기식 IMT-2000사업 선정,한국전력의 파워콤 매각문제가 속시원히 해결되지 않자 알짜기업인 포철에 눈치를 주고 있다.

순익 1조6천억원의 포철이 통신사업에 참여,정부를 거들어달라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통신사업 3개 사업자로 재편''''IMT-2000 컨소시엄 중복참여 허용'' 등 정부쪽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들이 이런 맥락과 닿아있다는 분석이 많다.

심지어는 대우자동차 처리에도 포철을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겉모습만 민영화지 알게 모르게 전달되는 정부의 요구가 적지않아 포철이 아직 공기업에서 환골탈태하지 못한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구매업체 시각도 전과 다르다=현대하이스코와의 핫코일 분쟁도 포철에는 적지않은 골칫거리다.

이 분쟁과 관련해 정부까지 공정거래위원회를 앞세워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민영기업의 수익성과 자율성을 주장하며 통신사업 참여라는 정부의 은근한 요구에 대놓고 반발하지 못하는 이유다.

포철이 박태준 전 명예회장을 다시 ''모셔오기''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로 풀이된다.

정부의 압력에 대해 방어막을 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물론 포철은 공정위가 오는 28일께 현대하이스코의 손을 들어주더라도 끝까지 이의를 제기할 방침이다.

공정위에 이의신청을 낸 후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행정소송을 제기한다는 전략을 짜놓고 있다.

박 전 명예회장의 재영입 추진은 해외업체와의 철강무역분쟁 해결 조정을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또 유상부 회장이 지난 98년 취임일성으로 ''고객친화적 경영''을 전개했으나 아직 판매영업 일선까지 확산되지 않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포철은 근거없는 음해라고 펄쩍 뛰고 있으나 ''독점의 특권을 버리지 못한 기업''이라는 비난이 적지않다.

◇미국까지 다리를 건다=미 무역대표부(USTR)가 올해 통상백서에 ''포철의 완전 민영화와 정부간섭 배제'' 조항을 넣은 것도 포철을 괴롭히고 있다.

미국의 완전 민영화 요구와 정부의 간섭에 새우등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시비걸기는 이번만이 아니다.

번번이 무역대표부 조사관을 포철에 파견한다.

포철의 원가 등을 조사해 포철이 미국 시장내에서 철강을 덤핑판매하지 않는지 꼬투리를 잡기 위해서다.

포철의 시장지배력을 없애기 위해 광양제철소를 독립법인화하라는 압력을 넣기도 했다.

포철 민영화가 미국의 압력에 의해 이뤄졌다는 주장이 심심찮게 제기되는 까닭이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