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은 백악관 재임 중 가장 많은 해외여행을 한 대통령으로서 8년 임기 중 거의 1년을 외국에서 체류하며 아마도 5억달러(약 6천4백억원) 이상의 경비를 사용했을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전국납세자연맹이 1953년 취임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이후 이른바 ''제트기 시대''역대 대통령의 해외여행 사례를 조사해 16일 공개한 바에 따르면 클린턴 전 대통령은 총 1백33차례에 걸쳐 외국을 방문,연간 집무 일수에 가까운 2백29일을 해외에서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재임 8년간 이러한 외국방문 횟수는 아이젠하워,존 F 케네디,린든 존슨 및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집권기간 해외여행을 합친 것보다 많다.

이 기록은 또한 대통령에 연임돼 8년간 집권했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모두 25차례에 걸친 해외여행으로 총 1백18일간을 외국에서 체류한 것과도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의회 회계감사원(GAO)이 경비내역을 조사한 클린턴 전 대통령의 해외여행 절반에 들어간 비용은 총 2억6천3백40만달러로 나머지 절반의 해외여행에 소요된 비용을 감안할 경우 5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경비의 지출내역은 주로 국방부가 지불한 항공기 지원비용이며 기밀사항인 비밀경호 비용이나 대통령의 해외여행을 기획하는 기타 관련 부처가 사용한 비용 등은 계산에 포함되지 않았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또 닉슨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백악관 시용직원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성추문을 둘러싸고 집중적인 조사와 탄핵 위기를 겪었던 지난 98년 어느 해보다 많은 기간을 해외에서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하원의 탄핵 재판을 받았던 98년 총 45일간을 해외에 체류했다.

이는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74년 8월 사임할 때까지 반년 동안 22일간을 해외에서 보낸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러한 조사 결과에 대해 전국납세자연맹은 대통령의 해외여행이 조약 및 무역협정 체결과 같은 수확을 거둘 수 있는 외교의 중요한 일부임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국내의 정치적 위기 및 스캔들로부터의 도피처''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맹은 또 대통령의 해외여행에 막대한 경비가 소요되는 것과 관련,냉전시대 종식 이후 대통령에게 어느 정도의 해외여행이 필요한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새로이 문제를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