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정부주도 금융지주회사 CEO(최고경영자)로 내정된 윤병철 하나은행 회장.

자산규모 세계 73위(1백4조원)인 금융기관의 수장이 됐다는 사실이 그에겐 영예이기에 앞서 무거운 책임감으로 다가온다.

금융지주회사의 성패는 곧 금융개혁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가 내정자로 발표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금융계가 국민에게 끼쳤던 누(累)를 씻어내기 위해 마지막 공익에 봉사한다는 마음으로…"라고 한데서도 그 부담감을 엿볼 수 있다.

오는 12일 공식취임할 윤 회장은 당장 5일부터 골치아픈 일에 부닥뜨려야 한다.

이날 한빛 평화 광주 경남은행 등 지주회사 편입은행의 CEO를 선임하게 돼 있다.

정부는 원칙적으로 기존 경영진을 모두 물갈이한다는 방침이지만 해당 은행 노조에서는 벌써부터 "내부인원을 기용하지 않으면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벼르고 있다.

''경영은 결국 사람''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온 그가 노조와 충돌없이 ''금융지주회사호(號)''를 순탄하게 출범시킬 수 있을 지에 이목이 집중돼 있다.

윤 회장에겐 어려울 때마다 되새기는 글귀가 있다.

''尙有十二 微臣不死(아직도 배가 열 두척이나 남았고 미천한 신 또한 죽지 않았습니다.

)'' 원균의 모함으로 백의종군하다 수군절도사로 다시 임명된 충무공 이순신이 조정에 올린 장계의 일부로 수전에 대한 자신감이 담겨 있다.

당시 왜군의 위세에 눌려 육전(陸戰)만 하자고 주장하던 무리들에 대한 일침이었다.

윤 회장은 부실을 털고 외국 금융기관의 공세에 맞서야 할 금융지주회사에서 충무공의 그같은 기개를 되살리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