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존의 퇴직금 제도를 대체 또는 보완할 기업연금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사외적립률이 8%에 불과한 현행 퇴직금제도 하에서는 근로자들은 퇴직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가 늘 불안할 수밖에 없고 기업들로서는 구조조정 등으로 대량퇴직시 거액의 퇴직금 지급으로 경영상 큰 부담이 초래되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이에 비해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매달 일정액을 금융기관에 불입한 뒤 퇴직후 일시불 또는 연금 형태로 받게 하면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 기업연금 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배경이다.

<>전면 도입의 걸림돌과 대안=중·장기적으로 기업연금 제도가 노사 모두에 유리한 제도임은 분명하나 현실적으로 노사 모두가 이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어 퇴직금 제도를 대체할 기업연금제를 전면 도입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에서는 기업연금이 사외 유보의 확대로 퇴직금 지급보장 측면에서는 유리한 것이 분명하나 기업연금의 운용실적이 나쁠 경우 법정퇴직금보다 적어질 수 있는 위험이 따르게 마련이어서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물론 안전성이 보장되는 국채에만 투자할 경우 위험은 낮아질 수 있으나 일정 금액을 받기 위해 매월 납입해야 할 부담이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사용자는 제도의 전면 도입에 더욱 반대하고 있다.

약 45조원으로 추정되는 퇴직금 적립액의 상당부분을 기업운영 자금으로 활용하고 있는 현실에서 제도의 전면 도입시 현금의 사외 유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적인 제약 요건을 감안해 기존 퇴직금제도의 틀은 그대로 유지하되 노사 합의로 기업연금제도를 도입하면 이를 퇴직금으로 인정해 주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기업연금을 퇴직금제도의 한 형태로 도입하되 근로자에게 선택권을 주자는 것이다.

기업연금을 택한 근로자의 경우에도 본인의 선택에 따라 안전한 국채투자형,위험이 따르는 주식형 등 다양한 형태의 연금 선택이 가능해지게 된다.

<> 해결돼야할 과제들=이런 제한적인 기업연금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도 몇가지 중요한 사안에 대한 원칙이 먼저 결정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세제 혜택에 관한 문제다.

현재 퇴직금에 대해서는 근로자와 사용자 모두에 매우 유리한 세제상의 혜택이 주어지고 있다.

근로자의 퇴직소득에 대해서는 비과세에 가까울 정도의 혜택이 주어지고 있고 사용자에게도 사외적립의 경우 전액 비용으로 인정해 주고 있다.

따라서 퇴직금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줄이지 않는 한 기업연금 선택을 유인할 수 있는 세제혜택 설계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두번째는 감독 및 규제에 대한 원칙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퇴직금제도에서는 장부상의 충당금만 설정해도 법적으로 용인되지만 기업연금에서는 사용자 부담금이 적시에 정해진 만큼 사외 유보가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사외유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할 필요가 있다.

세번째는 이미 지급된 퇴직금의 기업연금 가입 허용 여부에 대한 원칙을 정할 필요가 있다.

퇴직금 중간정산이 이미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현실에서 이를 제외할 경우 기업연금 제도는 도입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고령인 종업원들의 노후생활 보장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국민연금 및 개인연금 등 다른 연금제도와의 연계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는 점이다.

기업연금 도입시 국민연금의 소득비례 부분을 기업연금으로 대체함으로써 기업연금 도입에 따른 기업들의 노동 고용비용 상승을 억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최경환 전문위원.經傳 kgh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