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자일까 U자일까.

아니면 L자일까.

올해 미국경제 전망을 글자모양에 빗댄 풀이들이다.

V자는 급락후 급격한 회복, U자는 급락 뒤 완만한 회복을 말한다.

L는 침체가 이어지는 모양이다.

연초 우세했던 V자 전망은 조금씩 U자, 심지어 L자까지로 확산되더니 요즘 다시 V자가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제조업지수와 소비 및 건설지출 등 일부 호전되는 지표들이 V자에 힘을 실어준다.

"최악의 상황을 지나 경기가 바닥세를 보이고 있다"는 설레는 분석까지 나온다.

하지만 아직은 누구도 정답을 알지 못한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주가가 연일 출렁거리는 월가에선 "바로 한달 뒤의 미국경제가 어떨지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모를 것"이란 자조적인 농담이 유행할 정도다.

폴 오닐 재무장관도 "지금 미국경제는 침체기가 아니라 재고조정중"이라면서도 "재고조정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한다.

거대 투자은행들도 견해가 엇갈린다.

메릴린치는 V자, 모건스탠리딘위터는 U자쪽이다.

하지만 시기가 문제지 연내 경기가 상승세로 전환할 것이란 진단은 같다.

L자 모양을 그릴 확률은 매우 적다는 분석이다.

메릴린치의 V자 전망 근거는 단순하다.

지금 미경제의 가장 어두운 요인은 소비자신뢰도의 하락이고 이는 FRB의 금리인하로 해결될 수 있다는 확신이다.

실제 지난 1월 소비지출 증가율이 지난 9월이후 가장 높은 0.7%를 기록했고 건설투자도 작년 3월이후 가장 높은 1.5% 증가를 보였다.

제조업의 신규 주문지수가 1월 37.8에서 2월에 40.8로 늘어났다는 것은 가장 긍정적인 사인이다.

이는 미경제의 가장 큰 골칫거리인 재고조정이 마무리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달 안으로 재고조정과정이 끝나게 되면 경기는 이르면 다음달부터 회복양상을 보일 수 있을 것"이란게 메릴린치의 전망이다.

U자형을 전망하는 모건스탠리측의 분석틀은 다소 차이가 난다.

V자형에서 강조하는 소비자신뢰도는 경기침체의 원인이 아니라 한 증상에 불과하다고 진단한다.

따라서 거품이 붕괴되면서 시작된 이번 경기하강은 기업들의 투자감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1.4분기 20%에 달하던 설비투자증가율이 4.4분기에는 1.5%로 얼어붙었고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거품시절의 과잉투자는 금융회사들에도 손실을 입혔다.

때문에 투자를 하고 싶어도 돈 빌리기가 쉽지 않다.

요즘 대출기준이 1990년대초 이후 가장 엄격해졌을 정도로 금융시장이 경색되어 있다.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이 제대로 반응하지 않아 그만큼 경기회복이 늦어질 것"(바이런 위엔 모건스탠리 수석이코노미스트)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하의 물가상승)으로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들어 물가가 다소 오르는 것으로 발표되고 있으나 경제전반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