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들이 러시아에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한 16억달러 규모의 경협차관 원리금 문제가 관계부처간에 논의되고 있으나 당장은 뾰족한 수가 없는 모양이다.

원론적으로는 경협차관의 90%에 대해 지급보증을 선 정부가 대신 갚아 주는 것이 당연하며 이점에 대해서는 재경부도 이의가 없지만,정작 대지급을 위한 재원의 예산반영은 여러가지 이유로 지체되고 있다고 한다.

대러시아 경협차관 문제는 해묵은 숙제다.

지난 91년 옛 소련에 10억달러를 은행단 차관으로 제공한 뒤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동안 소련이 해체돼 러시아가 채무승계를 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고 이자의 일부를 3억5천만달러 상당의 알루미늄과 방산물자 등 현물로 상환 받았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보지 못한채 99년 11월로 상환기한이 지났다.

물론 러시아 차관의 상환요구를 단순히 경제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

정치외교적으로 대북한 문제 또는 4강외교 등과 관련된 국익을 고려해야 하고,러시아와 주요 채권국 모임인 ''파리클럽''과의 채무조정 협상결과도 지켜 봐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대지급을 해줄 경우 상환협상의 주체가 은행에서 정부로 바뀌는데 국가이익이라는 차원에서 볼때 과연 어느쪽이 바람직한지 생각해 볼 점도 있다.

일부에서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방안도 거론한 것 같으나 정부보증채권을 부실채권으로 처리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미룬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고 정부신뢰가 걸린 문제인 만큼 일단은 정부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대지급을 해주고 나머지 사항은 단계적으로 풀어 가야 한다고 본다.

정부가 주요 은행들의 대주주로서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해서 대지급을 계속 미루는건 옳지 않다.

이 문제를 시장원리에 따라 명확하게 처리하는 것이 정부와 은행의 향후 관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