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를 기대한 매수심리는 미처 달아오르기도 전에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소비자신뢰지수와 내구성소비재 주문 등 지표가 모두 경기침체를 가리키며 기술주를 내던지게 했다.

27일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지수는 100.68포인트, 4.36% 곤두박질친 끝에 2,207.82로 하락세를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는 52주 최저치를 경신하며 지난 98년 12월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나스닥지수는 장 중반 잠시 반등을 시도했을 뿐, 내내 전날 종가보다 아래에서 머물렀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0,636.88로 약보합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보다 5.65포인트, 0.05% 내렸다. 다우존스 지수는 장 중반 상승세를 타는 등 경기둔화 충격에 대해 상대적인 내성을 보였다. 대형주 위주의 S&P 500 지수는 1,257.94로 전날보다 9.71포인트, 0.77% 떨어졌다.

이날 컨퍼런스 보드는 2월중 소비자신뢰지수가 지난 96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106.8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소비자는 일자리와 수입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다는 것. 컨퍼런스 보드는 그러나 경기침체라고 할 만큼 사정이 나쁜 건 아니라고 덧붙였다.

로저 퍼거슨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 부의장도 이날 연설에서 "가계지출이 잘 유지되고 있다"며 소비자신뢰지수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구소비재 주문이 1월중 전월에 비해 6% 감소했다는 상무부의 발표는 경기가 침체로 본격적으로 접어들었다는 분석 쪽에 더 무게를 실었다.

이날 기술주 매도공세의 계기는 세계 최대 광통신 네트워크 장비업체 JDS 유니페이스가 제공했다. JDS유니페이스는 인원의 10%인 3,00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 14.8% 급락했다. JDS 유니페이스는 경쟁업체 코닝 등 네트워크 주를 함께 물고 내렸다.

거래소의 나이키는 이달말 끝나는 회계분기 실적전망을 낮추면서 그 이유로 I2테크놀로지스의 재고관리시스템을 들었다. 나이키는 20% 가까이 하락했고 나스닥에 상장된 I2테크놀로지스는 22% 폭락했다.

게다가 골드만 삭스는 IBM, 휴렛 팩커드,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B2B업체 등 무려 20개에 이르는 종목에 대한 실적전망을 깎아내렸다.

기술주는 컴퓨터, 네트워크, 인터넷, 통신 등 대부분 업종에서 큰 폭 하락세를 탔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5.11% 하락했다.

하지만 다우존스 지수가 약보합에 그친 것에서 나타났듯 기술주 이외의 업종은 하락세가 두드러지지 않았다. 시티그룹, J.P.모건 체이스 등이 하락한 것을 제외하면 금융주는 상승세를 보였다. 유틸리티, 운송, 소비재, 유통, 의료건강 등도 강세였다.

한경닷컴 백우진기자 chu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