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통신업계에 ''파산'' 경보등이 잇달아 켜지고 있다.

빨간불의 근원지는 동영상과 대용량 데이터를 휴대전화로 송수신할 수 있는 3세대(3G) 이동통신.

한국에서는 IMT-2000으로 불리는 3G는 지난해만 해도 ''꿈의 이동통신''으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올들어 높은 투자비용에 따른 부채급증과 수익성에 대한 회의론이 잇따르면서 3G는 통신업계를 파산의 벼랑끝으로 몰아가는 주범으로 전락했다.

<> 자본주의 최대의 도박 =지금까지 유럽에서 실시된 3G 경매 총액만 1천5백억달러에 달했다.

여기에 네트워크 등 설비투자와 마케팅 비용으로 최소한 3천억달러 이상을 더 쏟아부어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하고 있다.

총 4천5백억∼5천억달러의 투자비가 들어가는 셈이다.

이 정도 액수를 투자해 이익을 창출한 사업은 역사상 전례가 없었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지는 이를 두고 ''자본주의 역사상 최대의 도박''으로까지 비유했다.

<> 부채급증 =브리티시텔레콤(BT) 도이체텔레콤 프랑스텔레콤 등 유럽 빅3 통신업체의 부채총액은 이미 1천7백억달러를 넘어섰다.

1∼2년전까지도 미미했던 통신업계의 부채수준은 지난해말 현재 전세계 기업부채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급속히 팽창했다.

미국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딘위터의 추산에 따르면 올해 부채이자 감당능력(현급유입대비 부채 이자상환액)이 BT와 도이체텔레콤의 경우 각각 0.7, KPN(네덜란드 통신업체)은 불과 0.2이어서 심각한 자금압박이 예상된다.

프랑스텔레콤도 1.1로 올해 들어온 현금을 모두 빚갚는데 쏟아부어야 할 형편이다.

모건스탠리딘위터는 "대형 통신업체들이 당장 도산할 가능성은 낮지만 일부 소형업체들의 파산위기는 상당히 고조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 잇따르는 파산 경보등 =인텔의 한스 가이어 부사장은 지난 23일 프랑스 칸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이동통신박람회에 참석, "3G가 상용화되기도 전에 통신업계가 도산위기에 몰릴지도 모른다"며 강도높은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 박람회에 참가한 알카텔 모토롤라 포레스터리서치 텍사스인스트루먼츠 등 주요 정보통신 및 컨설팅 업체들도 "2002년중 3G시대가 열린 것이란 전망은 너무 낙관적"이라며 "빨라도 2004년 말이 돼야 가능할 것"이라며 과도한 3G 낙관론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 증시의 총아에서 골칫거리로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지난달 프랑스 텔레콤과 BT의 투자등급을 ''하향조정 가능 검토''로 낮췄다.

도이체텔레콤에 대해서도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강등했다.

현재 대부분 통신주들의 가격은 1년전에 비해 반토막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