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증시의 풍향계인 미국주가가 맥을 못추고 있다.

갈수록 악화되는 기업실적과 최근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물가불안 탓이다.

21일 미노동부가 발표한 소비자물가는 잠잠하던 월가에 또다시 스태그플레이션(경기가 침체하는데 물가도 오르는 것) 망령을 되살려 놓았다.

지난 1월 소비자물가는 에너지비용증가 영향으로 0.6% 상승,작년 3월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앞서 발표된 생산자물가 상승률도 1.1%로 10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플레라는 복병이 돌출한 가운데 월가의 관심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추가금리인하 폭과 시기에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월가에서는 FRB가 오는 3월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에서 금리를 0.5%포인트 추가 인하할 것으로 예상해 왔다.

그러나 물가가 불안해짐으로써 이 예상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와관련,월가 전문가들은 아직까진 "추가금리인하"에 무게를 싣고 있다.

그렇지만 인하폭은 0.25%포인트에 그칠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추가금리인하 예상에도 불구하고 월가의 주가전망은 갈수록 어두워지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실적악화 경고,감원 등 기업들의 잇딴 악재발표로 하반기에 미경제의 펀드멘털이 회복되리라는 희망이 점점 약해지고 보도했다.

리먼브러더스증권의 증시분석가 댄 닐스는 "올 하반기에 증시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PC및 통신장비등 신경제업체들의 재고가 급격히 늘고 있어 기술주들의 본격적인 반등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강하다.

대표적 기술주인 시스코시스템스 노텔네트웍스 루슨트테크놀로지 3개사의 작년말 재고가 1백37억달러로 작년 3.4분기보다 52%나 급증했다.

재고증가는 가격인하<>수익악화<>주가하락의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따라 미주가가 앞으로 6개월가량 바닥권에서 맴돌다가 3.4분기 이후에나 본격적인 상승국면에 들어설 수 있을 것으로 월가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