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장래 < 民和協 범국민협 상임의장 >

지난해 있었던 ''6.15선언''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명기했고 국민의 95.7%가 이를 지지했다.

선언은 ''서로 이해를 증진시키고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평화통일을 실현''한다고 했다.

이 역사적이며 지고한 목표달성을 위해 남북은 서로간에 개재된 모든 문제들을, 지나간 과거에 너무 집착할게 아니라 대국적 안목으로 슬기롭게 해결하는 지혜와 의지를 발휘해야 한다.

한국은 우리 주권을 찬탈.유린하고 말로써 표현할 수 없는 피해와 고통을 준 일본과 36년 전 국교를 정상화했다.

히로히토 일왕은 1984년 전두환 대통령 방일 환영만찬에서 ''양국간에 불행한 과거가 존재했던 것은 유감''이라고 했다.

90년 노태우 대통령 방일 때의 사죄발언은 ''통석지염(痛惜之念)''이었다.

1천6백년 전 백제 아신(阿莘)왕은 황해도 십여성을 고구려에 빼앗겨 ''통석(痛惜)하다''하고 이의 재탈환으로 치욕을 씻도록(雪恥) 진무(眞武)장군에게 명한다(삼국사기 25권).

''통석''이란 말에는 빼앗긴 것이 분통하고 애석하다는 뜻이 짙게 배어 있다.

일왕의 이같은 모호하고 그 진의가 이중(二重)으로 들리는 사죄의 발언마저도 곧바로 일본정부의 책임 있는 대신 또는 의원 등에 의해 뒤집어진다.

합병이 합법적이었다느니, 조선을 발전시켰다느니, 지난 18일 집권 자민당의 노로타 호세(野呂田芳成) 의원의 ''2차 대전으로 일본은 아시아 국가의 독립을 도와줬다''느니….

이와 같은 일본의 행태와 최근의 ''과거 침략전쟁의 미화 교과서 검정''등 여러 문제와 관련한 항의 제기가 있었으면서도 한국과 일본은 돈독한 우호.유대관계 및 ''대북 공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일본이 우리 민족에게 끼친 피해와 남북한이 서로에게 준 피해의 양(量)과 질(質)을 비교하고, 남한이 36년 전에 일본과 국교를 수립한 시간의 길이와 56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민족자체의 화해와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시간의 흐름을 비교하면 개탄을 금할 수 없다.

한 국가나 인류의 역사에 있어 56년은 짧은 기간이 아니다.

대원군의 집권(1864)과 쇄국, 일본의 대 서방 개국과 메이지유신(1868)으로부터 불과 26년 뒤 일본은 근대화하고 청일전쟁(1894) 러일전쟁(1904), 그리고 조선을 식민지화한다.

1차 세계대전 패망 22년 뒤(1939) 독일은 폐허에서 재무장하고 2차 세계대전을 시작한다.

올해 일본의 국방비는 4백70억달러로 세계 4위이고 우리 국방비(1백19억달러)의 4배다.

핵폭탄의 원료 플루토늄 보유량은 히로시마 나가사키 투하 원자폭탄 제조량의 수천 배라고 한다.

일본은 현재의 ''전수(專守)방위의 헌법''을 개정하려 하고 있으며 또 다시 군사대국화를 위해 착착 준비하고 있다.

인구팽창 식량부족 자원고갈 환경오염 등의 지구환경과 노골적인 힘의 정치의 국제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떳떳하고 존경받는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 우리는 분단으로 인한 엄청난 국력낭비를 끝내야 한다.

콜린 파월 미국무장관은 이정빈 외교통상장관에게 고가의 F15K 전투기 구매를 종용했다.

전력증강사업의 유도무기 패트리어트(PAC-Ⅲ)의 값은 그리스에 판매했던 가격보다 20∼30% 높게 제시됐다.

기존의 나이키 미사일 대체사업은 2조4천억원(약 20억달러)이다.

남북은 언제까지 서로 군비를 증강하고 전쟁위기를 조성해야 하는가.

김 위원장의 답방은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

잘 됐든 못 됐든 우리 남한의 산업화와 사회상의 장단점을 직접 확인하고, 남북 공동으로 새로운 경제모델과 통일방식을 창출할 때가 됐다.

우리 민족의 생존과 번영은 우리 민족 스스로의 책임이며 영광이다.

김 위원장의 조속한 답방으로 통일촉진의 돌파구 형성을 위한 공동노력을 기대한다.

ljsrc@hanmail.net

◇ 필자 약력 =△육사 9기 △육사 영어 교수 △예비역 육군 소장 △안기부 국제담당 차장 △말레이시아 대사 △국무총리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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