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영하(33)씨가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이후 5년 만에 두번째 장편 ''아랑은 왜''(문학과 지성사)를 펴냈다.

작가의 고백에 따르면 소설의 원제는 ''아랑은 왜 나비가 되었나''였다고 한다.

답부터 말하자면 욕망 때문이다.

아랑은 욕망의 힘으로 검푸른 바다를 쉼없이 날아가는 한마리 나비가 됐다.

소설의 주인공은 미장원 아가씨 영주와 동거 중인 애인 박(朴)이다.

어느날 냉장고에서 다른 남자의 콘돔이 발견되자 박은 영주를 목졸라 죽인다.

시체는 익사 처리돼 남자는 살인혐의를 벗는다.

그러나 그때부터 남자에게 영주의 귀신이 나타난다.

한편 전설속의 아랑은 밀양 부사 윤관의 딸로 자신을 겁탈하려는 아전에게 반항하다 억울하게 목숨을 잃는다.

아랑의 아버지는 밀양을 떠나고 이후 부임하는 신관 사또는 잇따라 죽음을 당한다.

스스로 자청해서 밀양을 찾은 이승사는 부임 첫날 밤 아랑의 귀신을 만나 사연을 듣고 아전을 잡아다 처형한다.

이후 아랑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사라진다.

작가는 두가지 이야기를 교직시키며 욕망의 드라마를 펼쳐나간다.

특히 아랑을 부패한 관리 윤씨의 기생으로 보고 연쇄살인사건이란 관점에서 소설을 풀어간다.

서술 방식에 있어서도 작가가 화자로 개입,다양한 실험을 보여준다.

소설은 이미 있는 이야기를 새롭게 드러내는 것이라 할 때 작가는 글을 쓴다고 하지 않고 글을 ''한다''고 표현한다.

작가는 원본과 이본의 동시적 존재,해석 및 조작의 여러가지 가능성을 보여주며 소설쓰기에 관한 고민을 내비친다.

인간은 욕망을 분출하지만 그로부터 비롯된 죄의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