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면 으레 일생에 한번쯤은 사주(四柱)를 본다.

결혼식 전에는 믿든 안믿든 궁합을 보고 사주단자를 보내는 것이 관습인 탓이다.

서점에 명리학 혹은 역학이란 이름으로 마련된 코너에는 사주풀이 책들이 쌓여 있고 관련 인터넷 사이트도 1백50여개나 된다.

아무튼 사주는 한국인의 기층의식 속에 아직 뿌리 깊이 박혀 있다.

사주란 사람의 생년 생월 생일 생시를 집의 네 기둥과 같은 것으로 보아 붙여진 이름이다.

각각 간지 두 글자씩 모두 여덟자로 나타내므로 ''사주팔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것을 풀어보면 그 사람의 타고난 운명을 알 수 있다해서 운명 숙명과 같은 말로도 쓰인다.

사주로 알 수 있는 것은 성격, 적성, 부모형제, 건강, 재물운 등 인성 대인관계 및 그밖의 운세에 관한 폭넓은 것들이다.

그래서 사주풀이는 어떤 것은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전혀 안맞는 것 같기도 하다.

사주팔자에 재운을 강하게 타고난 사람이 역시 돈을 많이 번다는 경제학자의 조사분석 결과가 밝혀져 화제가 되고 있다(한경 2월17일자 31면).

결정적 결론을 이끌어 낸 것은 아니지만 사주의 예측력을 어느 정도 인정하려는 느낌이 짙다.

하지만 사주풀이는 타고난 운세의 구조를 분석 종합해 길흉화복을 추리하는 기능이 더 중요한 작업이다.

한 사람의 사주를 놓고도 보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10년 단위로 추리하는 대운(大運)도 있고 1년 단위로 보는 세운(歲運)도 있다.

사주를 ''주역''등 다른 술법에 원용해 흉을 피하고 길하게 해주는 개운법(開運法)이란 편법을 쓰기도 한다.

음양오행의 조화만 잡아주면 운명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사주풀이의 매력이다.

조사에서 생시(生時)를 빼버린 것은 치명적 오류다.

옛 선비들은 자신이 사주풀이를 하고 점도 쳤다.

스스로의 운명을 들여다 보면서 치우침 없는 마음으로 수양을 쌓았다.

퇴계 이황처럼 죽는 날까지 점괘로 알아차리고 예비한 사람도 많다.

사주에 재물운이 없다고 실망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사주에 없는 관을 쓰면 이마가 벗어진다''는 경훈을 지켜 분수껏 사는 자세가 옳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