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시장이 과열 상태이며 따라서 가격조정기에 들면 금융기관들이 자본손실을 입게될 것"이라는 전철환 한은총재의 이례적인 경고는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금융기관들이 무위험 자산에 대한 투기적 매수열기에 빠져있는 것이 사실이고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는등 일부 비정상적 금리체계가 나타나고 있음을 생각하면 전 총재의 엊그제 발언은 매우 시의적절했다고도 하겠다.

금융시장에서는 전 총재의 경고가 나오자 마자 국고채 금리가 0.1%포인트 이상 급등하는 등 투기적 매수열기가 일시 진정되는 모습을 보여 현재의 금리수준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있음을 반증하기도 했다.

전 총재의 경고는 외형상 국고채에 대한 과열을 지적한 것이지만 적정 금리 수준이나 금리하락 속도 전반에 걸친 적지않은 문제제기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더욱 우리의 주목을 끈다.

지난 한햇동안 오직 은행권으로만 몰려들었던 거대한 시중 부동자금이 올들어 투신사등 제2금융권으로 물꼬를 틀고 있는 중이고 사상최저 수준으로까지 떨어진 금리가 이를 촉발시키고 있음은 우리가 목격하는 그대로다.

문제는 급격한 금리하락,또는 과도하게 떨어진 금리가 장차 초래할지도 모르는 부작용 부분이다.

5% 초반의 장단기 금리는 이미 미국이나 유럽의 웬만한 장단기 금리보다 오히려 낮은 수준이고 더욱이 금융기관들이 적응하기 힘들 정도로 지나치게 금리하락 템포가 빠르지는 않은가 하는 우려들도 일부에서는 적지않게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98년 경제위기극복 프로그램의 하나로 제시되었던 급속한 금리인하 정책이 99년 후반부터 작년에 걸쳐 허다한 부작용을 배태시켰음은 주지하는바 그대로다.

저금리를 타고 1백조원 규모의 자금이 바이코리아 등 투신상품으로 쏟아져 들어왔지만 바로 이 자금이 나중에 썰물로 전환되면서 증권시장이 심각한 침체를 맞게된 것은 결코 반복되어서는 안되는 쓰라린 경험이다.

국고채와 우량 회사채가 이미 사상 최고가 수준에 진입한 상태에서 투신권으로 엄청난 자금이 재유입되고 있지만 전 총재의 지적대로 시황에 따라 장차 상당한 손실을 초래할 것이 예상되고 그같은 상황이 금리정책의 탄력성을 제약하는 새로운 멍에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금융에 관련된 문제는 언제나 그렇겠지만 ''과도한 것은 역시 반작용을 불러온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굳이 한은총재의 경고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금융기관 스스로 냉정하게 대처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