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열린 증권·투신사 사장들의 청와대 오찬모임은 여러가지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증권계 인사만 참석한 것도 그렇고 대통령이 공공연하게 주가부양 의지를 밝힌 점은 더욱 그렇다.

정부는 이 자리에서 연기금의 주식투자 규모를 현행 8조원에서 2∼3년이내 25조원으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주가부양책은 통상 재경부장관 몫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최고통치권자가 직접 나섰다.

정부의 다급함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는 중장기적으로 증시 체력을 튼튼히 할 것임에 분명하다.

데이트레이딩(당일 매매)이 만연하고,일부 외국인의 투기적인 거래에 시장전체가 휘둘리는 허약한 체질을 치유하기 위해서라도 기관투자가의 역할제고는 시급하다.

시장참여자들이 연기금 주식비중확대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정부가 내놓은 부양책은 반짝효과에 그친 적이 많았다.

특히 경기하강기엔 십중팔구 실패했으며 후유증만 남겼다.

89년 ''12·12조치''가 대표적 케이스다.

당시 정부는 대형 3투신사(한국·대한·현대)에 3조원을 빌려주고 무제한 주식을 사들일 것을 강요했다.

3투신은 주가하락과 함께 부실덩어리로 전락했다.

그로부터 10년 뒤 한투와 대투는 8조원의 국민세금(공적자금)을 삼켰으며 현대투신은 외국회사로 넘어갈 처지에 놓여있다.

그래서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를 우려하는 이도 적지않다.

주식투자로 큰 손실을 보면 연기금 가입자들의 노후보장이 위협받을 수 있고,자칫 연기금제도의 기본 틀까지 흔들릴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한 관계자는 "주식투자비중은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결정하는데 참여연대 경실련 민노총 등 시민단체 대표가 위원의 과반수여서 정부 뜻 대로 될 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투자자들은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가 허약한 증시체질을 개선시키는 밑거름이 되길 바라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당국부터 연기금 주식매입확대조치가 낳을 부작용과 후유증을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빈대잡으려다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우를 범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장진모 증권1부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