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태 칼럼] 경제연착륙, 한미 양국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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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바빌로니아에는 유능한 외과의사를 골라내는 독특한 방법이 있었다.
수술 경력이 많은 의사들로 하여금 두 손을 내밀게 해서 열손가락이 다 제대로 있는가를 검사하는 식이었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성문법인 함무라비 법전에 의하면 당시 의사가 수술에 실패해서 환자를 죽게 하거나 눈을 멀게 하면 그 때마다 손가락을 하나씩 잘라내게 돼 있었던 것이다.
우리경제를 수술도 하고 회복도 시켜야 할 진념 부총리의 손가락은 어떻다고 보아야 할 것인가? 일단 김대중 대통령은 손가락이 온전한, 그래서 유능한 경제의사(醫師)라고 본 것 같다.
한동안 진 장관과 일부 경제팀의 경질에 관한 얘기들이 많았지만 개정된 정부조직법에 따라 재경부총리로 승진시킨 것으로 미루어 짐작해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이와는 달리 비판적인 평가를 내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진 부총리의 손이 깨끗한 것은 피를 묻히기 싫어해 그동안 힘든 수술을 제대로 해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 근거로는 노동부장관과 기획예산처장관을 역임했지만 현시점에서 개혁이 가장 지체되고 있는 분야가 바로 노동부문과 공공부문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진보적인 인사들 가운데는 진 부총리를 포함한 경제팀 전체의 구성이 구태의연해 적어도 개혁면에서는 기대할 것이 없다고까지 못박아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진보적인 인사들한테서 좋은 점수를 못 받고 있기로는 미국 부시정부의 경제팀도 마찬가지다.
경제내각으로서는 3류팀밖에 안된다고까지 혹평하는 경제학자들이 많다.
국제금융정세와 세계적인 정보화 추세를 감안한다면 재무부장관 자리에는 금융시장에 관한 경륜이 뛰어나고 정보통신사업에 관한 이해가 깊은 사람이 임명됐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런데도 그린스펀 연준리(聯準理) 의장 및 체니 부통령과의 친분을 고려해 굴뚝산업에 속하는 알루미늄제조업의 알코아사 회장인 폴 오닐을 앉혔다는 것을 두고 비난의 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보다 더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것은 새정부의 감세안이다.
부시정부가 향후 10년간에 걸쳐 1조6천억달러 규모의 감세를 추진하면서 백악관 경제수석보좌관인 로런스 린지가 금리인하보다 조세감축이 경기부양에 더 큰 효과를 갖는다고 설명하자 경제학자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났다.
세금을 깎아주거나 정부가 지출을 늘리는 재정정책은 독자적으로는 경기회복 효과가 미약한 것 아니냐, 통화량이 뒤따라 늘어주어야 경기부양효과가 있다는 것은 초보적인 경제학 교과서에서도 가르치고 있는 것 아니냐, 그런 것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무슨 경제수석이냐는 비난들이 쏟아졌다.
클린턴정부 때 세금을 올렸는데도 호황이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금리인하가 이어졌기 때문이며 따라서 경제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역시 금리인하 같은 통화정책에 주로 의존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왔던 것이다.
학자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서 부시정부의 감세계획은 상속세를 폐지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결국 납세자의 1%에 해당하는 최고 소득계층에 감세혜택의 43%가 돌아가도록 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의사를 굳히고 있다.
이런 반발에도 불구하고 부시경제팀은 경제의 연착륙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고 연준리의 금리인하에 더해 조세감축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현재 최우선 경제정책과제라면 경기의 급격한 냉각을 예방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이를 위해 금리인하와 조세감면 정책의 어느 쪽을 택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 논쟁이 일고 있는 점 또한 미국과 다르지 않다.
(한경 2월6일자 4면 참조)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라면 금융시장이 아직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 기업의 금융비용이 생존을 위협할 만큼 크다는 점, 재정적자 감축노력을 계속해 가야 한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아 금리인하쪽에 무게를 두어 경기부양을 도모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 아닌가 싶다.
진념 경제팀도 당분간 외부의 평판은 제쳐두고 경기 대책에 신경을 집중시켜 나가는 것이 좋겠다.
< 본사 주필 >
수술 경력이 많은 의사들로 하여금 두 손을 내밀게 해서 열손가락이 다 제대로 있는가를 검사하는 식이었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성문법인 함무라비 법전에 의하면 당시 의사가 수술에 실패해서 환자를 죽게 하거나 눈을 멀게 하면 그 때마다 손가락을 하나씩 잘라내게 돼 있었던 것이다.
우리경제를 수술도 하고 회복도 시켜야 할 진념 부총리의 손가락은 어떻다고 보아야 할 것인가? 일단 김대중 대통령은 손가락이 온전한, 그래서 유능한 경제의사(醫師)라고 본 것 같다.
한동안 진 장관과 일부 경제팀의 경질에 관한 얘기들이 많았지만 개정된 정부조직법에 따라 재경부총리로 승진시킨 것으로 미루어 짐작해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이와는 달리 비판적인 평가를 내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진 부총리의 손이 깨끗한 것은 피를 묻히기 싫어해 그동안 힘든 수술을 제대로 해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 근거로는 노동부장관과 기획예산처장관을 역임했지만 현시점에서 개혁이 가장 지체되고 있는 분야가 바로 노동부문과 공공부문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진보적인 인사들 가운데는 진 부총리를 포함한 경제팀 전체의 구성이 구태의연해 적어도 개혁면에서는 기대할 것이 없다고까지 못박아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진보적인 인사들한테서 좋은 점수를 못 받고 있기로는 미국 부시정부의 경제팀도 마찬가지다.
경제내각으로서는 3류팀밖에 안된다고까지 혹평하는 경제학자들이 많다.
국제금융정세와 세계적인 정보화 추세를 감안한다면 재무부장관 자리에는 금융시장에 관한 경륜이 뛰어나고 정보통신사업에 관한 이해가 깊은 사람이 임명됐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런데도 그린스펀 연준리(聯準理) 의장 및 체니 부통령과의 친분을 고려해 굴뚝산업에 속하는 알루미늄제조업의 알코아사 회장인 폴 오닐을 앉혔다는 것을 두고 비난의 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보다 더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것은 새정부의 감세안이다.
부시정부가 향후 10년간에 걸쳐 1조6천억달러 규모의 감세를 추진하면서 백악관 경제수석보좌관인 로런스 린지가 금리인하보다 조세감축이 경기부양에 더 큰 효과를 갖는다고 설명하자 경제학자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났다.
세금을 깎아주거나 정부가 지출을 늘리는 재정정책은 독자적으로는 경기회복 효과가 미약한 것 아니냐, 통화량이 뒤따라 늘어주어야 경기부양효과가 있다는 것은 초보적인 경제학 교과서에서도 가르치고 있는 것 아니냐, 그런 것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무슨 경제수석이냐는 비난들이 쏟아졌다.
클린턴정부 때 세금을 올렸는데도 호황이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금리인하가 이어졌기 때문이며 따라서 경제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역시 금리인하 같은 통화정책에 주로 의존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왔던 것이다.
학자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서 부시정부의 감세계획은 상속세를 폐지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결국 납세자의 1%에 해당하는 최고 소득계층에 감세혜택의 43%가 돌아가도록 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의사를 굳히고 있다.
이런 반발에도 불구하고 부시경제팀은 경제의 연착륙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고 연준리의 금리인하에 더해 조세감축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현재 최우선 경제정책과제라면 경기의 급격한 냉각을 예방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이를 위해 금리인하와 조세감면 정책의 어느 쪽을 택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 논쟁이 일고 있는 점 또한 미국과 다르지 않다.
(한경 2월6일자 4면 참조)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라면 금융시장이 아직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 기업의 금융비용이 생존을 위협할 만큼 크다는 점, 재정적자 감축노력을 계속해 가야 한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아 금리인하쪽에 무게를 두어 경기부양을 도모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 아닌가 싶다.
진념 경제팀도 당분간 외부의 평판은 제쳐두고 경기 대책에 신경을 집중시켜 나가는 것이 좋겠다.
< 본사 주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