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 화학연구소의 홍윤희(40) 부장.

그녀는 SK그룹에서 두 명 뿐인 여성 부장 가운데 한 명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UNC)에서 화학박사 학위를 받고 허큘리스사에서 4년 동안 근무한 뒤 SK케미칼에 과장으로 스카우트됐다.

현재 고분자 연구실에서 고부가가치 폴리에스터 개발 프로젝트 리더를 맡고 있는 홍 부장은 미국의 이스트만사가 독점하고 있는 기능성 폴리에스터 플라스틱 개발에 성공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홍 부장은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대기업 부장 자리에 올랐지만 "승진은 회사에서 인정받았다는 의미에 불과하다"며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업무영역을 넓혀 나가는데 더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회사 동료들은 그가 "주관도 있고 리더십도 있는 유능한 리더"라고 평가했다.

홍 부장처럼 ''남성절대우위''의 한국대기업 풍토 속에서 ''낙타 바늘뚫기''보다 어렵게 자신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는 여성들은 하나같이 ''웬만한 남자 열 못지 않다''는 주위의 평을 듣는다.

이들은 전문성과 능력을 앞세워 남성위주의 기업문화에 ''충격''을 주면서 남성들과의 치열한 성대결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LG경영개발원 인화원 윤여순(46) 상무는 LG그룹의 두번째이자 현재 유일한 여성 임원이다.

연세대 도서관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아이오와주립대에서 교육공학 박사학위를 취득, 국내에 돌아와 사이버교육 분야를 개척했다.

지난 95년 인화원 부장으로 입사해 그룹 사이버교육 담당을 맡고 있으며 지금은 올해 새롭게 신설된 사이버센터를 총괄하고 있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재무담당 임원(CFO) 제니스 리는 중장비업계 최초의 여성임원이다.

오하이오주립대, 클리블랜드주립대를 거쳐 경영학석사(MBA)와 공인회계사 자격을 취득한 재원이다.

그녀는 대우중공업 등을 거쳐 98년 볼보건설기계코리아에 입사했으며 볼보에 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을 성공적으로 도입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지난 97년 자동차 업계 최초로 여성 영업소장(현대자동차 파리공원영업소)이 돼 화제가 됐던 송파지점 김화자(46) 지점장은 지난달 현대차 여성사원으로는 처음으로 차장으로 승진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동덕여대 가정관리학과를 졸업한 김 차장은 87년 부녀영업사원 1기로 입사한 뒤 지난 10년간 월 평균 13대의 판매실적을 올리는 등 뛰어난 영업실력을 발휘했다.

현대차에서 정년퇴임을 하고 싶다는 김 차장은 "모든 영업사원들에게 꿈과 용기를 줄 수 있는 선배로 기억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LG전자 디자인 연구소의 황기연(37) 선임연구원도 회사가 기대주로 꼽고 있다.

그녀는 디지털 가전제품의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약하면서 디지털 TV DVD(디지털 비디오 디스크) DVR(디지털 비디오 레코더)의 초기 화면 시나리오를 짰다.

입사 8년차인 황 연구원은 미국 미네소타 대학원에서 그래픽 디자이너과정을 거친 이 분야의 전문가다.

제일기획 최인아(41) 이사는 지난 84년 카피라이터로 광고업무를 시작한 뒤 지난해 회사 창립 이후 최초로 임원으로 발탁됐다.

의사 변호사 등을 제외하고는 삼성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여성 임원이기도 하다.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각과 뛰어난 기획력이 돋보인다는게 광고주들의 평가다.

''자꾸자꾸 당신의 향기가 좋아집니다''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 등 최근 히트를 친 카피를 직접 썼으며 SK의 ''엔크린 보너스카드''와 제일제당 ''식물나라'' 캠페인을 성공시켰다.

국내 최대의 인터넷쇼핑몰인 한솔CS클럽 콜센터를 총괄하고 있는 김현옥(44) 팀장.

1백명이 넘는 콜 센터 식구들을 거느리면서 직무조정은 물론 상품트렌드, 가격경쟁력 향상 등 다양한 업무를 다루고 있다.

텔레마케터 경력이 17년을 넘어서면서 컴퓨터 모니터만 봐도 경기의 흐름을 감지할 수 있는 수준에 올라섰다는게 주위의 평가다.

김 팀장은 "텔레마케팅 시장은 2003에는 16조원 규모에 이를 정도로 급속히 성장하는 분야"라며 "섬세함과 감성이 뛰어난 여성들이 도전 해볼 만한 직업"이라고 말했다.

금호의 유일한 여성임원인 정혜자(53) 상무는 신문사와 방송사를 두루 거치면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금호문화재단의 예술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그녀는 "클래식 시장이 대중적 저변을 확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